정부, 방역 사각지대 관리 강화…"노숙인 시설 일제 선제검사"

소재 파악 어려운 거리 노숙인 대상 신속 항원검사 병행
시민사회 일각 "노숙인, 밀집생활 아닌 제대로 된 주거환경 필요"
최근 서울역의 노숙인 시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정부가 방역 사각지대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보건복지부는 2일 "최근 방역 관계기관 회의를 거쳐 거리 노숙인과 쪽방 등을 대상으로 일제 선제검사를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선제검사를 포함해 노숙인 시설 등에 대한 방역 대응 강화 지침을 이번 주 중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그동안 (노숙인) 시설 입소 전 선별검사, 거리 노숙인 밀집 지역 아웃리치(현장 보호 활동) 등을 해왔다"면서 "특히 검사 이후 소재지 파악이 어려운 거리 노숙인에 대해서는 (PCR 검사에 더해) 신속 항원검사를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서울역 노숙인 시설에서는 시설 관계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이날까지 노숙인 60명, 직원 1명, 기타 1명 등 총 62명이 확진됐다.지난달 31일 확진된 노숙인 3명의 연락이 두절되자 방역당국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노숙인과 이들이 머무는 시설을 관리할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노숙인은 건강 취약계층으로, 돌봄이 필요하다"며 "노숙인들의 진단검사와 의료체계 접근성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 단장은 "(노숙인들은) 거주가 일정하지 않고 연락하기 어려워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귀중한 인명을 보호하고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방역체계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무엇보다 노숙인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시민건강연구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과대안 등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서울시가 운영하는) 집단밀집 시설인 '응급잠자리'는 노숙인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면서 "노숙인에게 제대로 된 주거를 보장하고 지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이들은 "응급잠자리는 1m 정도 간격에 (노숙인들을) 집단으로 거주시키고, 취사 시설과 화장실 등을 공용으로 사용하게 하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노숙인 확진자의 연락이 두절되는 것도 이들에게 확실하고 안정적인 주거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혹한기에 노숙인을 거리로 내모는 것도, 위험한 밀집 생활로 몰아넣는 것도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