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반복수급 잡겠다더니…용역결과 발표는 '감감 무소식'

고용부, 반복수급 문제 지적에 지난해 8월 용역 발주
고용보험기금은 사실상 고갈…수조원 대출로 버텨
"수혜대상 확대에만 집중…건전성 관심 없는 정권"
"실업급여를 계속 반복해서 받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반복수급 제한을 검토하겠다."
지난해 7월 13일 권기섭 당시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현 노동정책실장)이 '고용행정통계' 브리핑을 하면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한 달도 안돼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실업급여 반복수급 문제에 대해 연구용역을 통해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거듭 확인했다.장관의 약속대로 실업급여 반복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용역이 지난해 8월 발주됐고, 그 결과가 지난해 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용부는 아직까지 실업급여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용보험기금이 사실상 고갈돼 매년 수조원의 대출(공공자금관리기금)과 일반회계 전입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주무부처가 재정 건전화에는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실업급여 반복수급과 관련해 공식적인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은 1995년 고용보험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해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여파로 실직자가 쏟아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고용보험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때였다.

이후에도 실업급여 지급액은 매달 1조원 안팎에 머물면서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사실상 고갈됐다. 결국 고용부는 법정 의무지출 사업인 실업급여 지급을 위해 지난해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4조6997억원을 빌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재정수지는 3조2639억원의 적자를 봤다. 고용부 입장에서는 매년 1만~2만명의 실업급여 반복수급자들이 챙겨가는 수백억원은 전체 기금 사정에 비춰 최우선 해결과제는 아닐 수 있다. 고용부의 이같은 입장은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노출되기도 했다. 지난해 6~8월 한국경제신문이 실업급여 반복수급 문제를 잇따라 보도하자 "반복수급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실업급여를 제한하는 대책을 내놓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시기”라는 입장을 내놨다. 심지어는 "필요하다면 반복수급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반복수혜 제한과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며 이전 발언을 수습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고용부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일개 부처가 아닌 정권 차원의 문제로 해석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한 대형로펌 고용분야 전문위원은 "현 정권의 고용·복지 정책은 수혜대상 확대에만 집중할 뿐 소요되는 예산과 방식에 대한 점검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사회안전망과 관련해 효율성과 건전성을 따져보겠다는 시도는 자칫 개혁을 반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