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반도체 인재 쟁탈戰'…삼성전자, 경력직 대거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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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품귀에 기업투자 확대…전문인력 수요 급격히 늘어최근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인력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 확산, 경기회복 기대감 등으로 반도체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판단해 공격적으로 채용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 여파로 주요 반도체 기업이 시설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도 인력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삼성전자, 41개 분야 충원…TSMC·마이크론도 채용 나서
올 세계시장 8% 성장…자율車·AI 등 인재경쟁 더 치열할듯
삼성 반도체, 41개 분야 경력 채용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부문은 지난 1일 삼성 채용 홈페이지에 ‘2021년 상반기 DS부문 경력사원 채용공고’를 냈다.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와 생산기술연구소, 반도체연구소, 인프라총괄, 종합기술원, DIT센터, TSP총괄, 경영지원실 등 DS부문 10개 조직에서 41개 분야의 경력직을 채용한다. 삼성 관계자는 “경력공채 특성상 미리 채용 규모를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투자와 고용 창출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옥중 메시지와 호전되고 있는 반도체 업황 등을 고려할 때 채용 규모가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관련 인력을 대거 충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낸드플래시로 불리는 ‘Z낸드’ 분야 채용이 눈길을 끈다. Z낸드는 데이터 저장이 가능하면서 일반 제품보다 읽기 속도가 빠른 게 특징이다. 인텔의 ‘옵테인’(D램과 낸드의 특징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반도체)에 대응하는 제품으로 꼽힌다.차량용 반도체 전문가도 선발한다. 메모리사업부는 차량용 D램, 시스템LSI사업부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시스템 반도체(IVI)와 이미지센서, 파운드리사업부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칩 설계 전문가를 채용한다.
국내와 별도로 독일 뮌헨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법인에서도 차량용 LED(발광다이오드) 전문가 등 5개 직무의 경력 직원을 채용 중이다. 미국 오스틴과 새너제이 법인에선 그래픽처리장치(GPU), AI 관련 전문 인력을 뽑고 있다.
TSMC, 美·加·日에서 동시 채용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유명 반도체 기업들의 채용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D램 세계 3위, 낸드플래시 세계 5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본토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팹10, 인도 하이드라바드 공장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일할 경력사원을 채용 중이다. 생산기술엔지니어, 데이터저장장치(SSD) 성능시험 전문가, 낸드플래시 설계 직원 등을 원하고 있다.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 법인에서 근무할 직원 채용을 시작했다. TSMC 홈페이지엔 ‘수율개선엔지니어’, ‘장비엔지니어’ 등 16개 직무에 대한 채용 안내가 떠 있다. TSMC는 2024년까지 12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에 5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캐나다, 일본에서도 채용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와 메모리반도체 기업 YMTC, CXMT 등도 경력 채용에 나섰다.
역대 최대 시설투자에 인력수요 급증
반도체 기업들의 인력 확보 전쟁은 반도체 시장 급성장에서 비롯되고 있다. 5G, AI 확산으로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개수가 늘고, 차세대 제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515억달러(약 504조원)였던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4890억달러(약 546조원)로 8.3%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성장 산업”이라며 “시장이 커지는 만큼 인력이 필요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기업들이 최근 반도체 품귀 현상의 영향으로 설비투자를 급격히 늘리고 있는 것도 인력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인텔,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5개사의 올해 설비투자(CAPEX) 전망치는 사상 최대치인 952억달러(약 106조2400억원)다. 지난해(743억달러) 대비 28.1% 증가한 수치다.산업계에선 자동차·AI 반도체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의 전문인력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반도체 인력 수요에 비해 국내 대학에서 배출되는 전문 인력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