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헬기 사격훈련 재개 안 된다"…포항 장기면 주민 반발(종합)

수성사격장 앞 집회서 죽창 퍼포먼스…트랙터로 출입로 막아
아파치 헬기 2대 나타나 한때 긴장감 고조
주한미군의 헬기 사격훈련 재개 방침에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 인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2일 포항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반대위)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달부터 주한미군 아파치헬기 사격을 하겠다고 주민에게 통보했다.

주한미군은 오는 4일부터 사격훈련에 들어가 정례적으로 훈련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입장문을 통해 "미 8군 핵심전력인 아파치헬기 전투준비태세 유지를 위해서는 사격훈련 숙달이 필요하고 수성사격장이 훈련 조건을 충족한다"며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사격훈련을 유예한 이후 주민과 협의하고자 노력했지만 협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어 "더는 미룰 수 없어 불가피하게 2월부터 사격하게 돼 세부 일정을 주민에게 알려드릴 예정이다"며 "주민과 지속적인 대화로 국가 안보에 필요한 아파치헬기 사격 여건을 보장하면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상생할 방안을 만들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수성사격장에는 아파치헬기 2대가 나타나 약 30분간 비행을 한 뒤 사라졌다.

주민들은 이날 온 아파치헬기는 지형 정찰을 위해 온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대위는 2일 오전 수성사격장 출입 도로에서 주민 약 70명이 참석한 가운데 헬기 사격훈련 중단과 사격장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국방부는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유예를 통보할 때 주민 협의 없이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훈련을 강행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국방부장관', '한미연합사령관'이라고 쓴 팻말을 죽창으로 찌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불로 태웠다.

또 트랙터 10여대로 출입구를 막아놓았다.

이 단체는 훈련이 시작되는 4일 다시 집회를 열기로 했다.

1965년 포항 남구 장기면 수성리에 조성한 수성사격장은 50여 가구, 130여 명이 사는 수성리 마을에서 1㎞ 정도 떨어져 있다.

주민들은 각종 화기 훈련에 따른 불발탄이나 유탄, 소음, 진동,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지난해 2월 이곳에서 아파치헬기 사격훈련을 하며 엄청난 소음과 진동을 일으켜 주민 반발을 샀다.

장기면민과 반대위는 9월부터 헬기 사격훈련 중단과 사격장 폐쇄·이전을 촉구하며 각종 집회를 열었고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신청하고 중재를 요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