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폭탄'에 10년물 금리 14개월 최고…한은, 국채매입 저울질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정세균 국무총리(앞줄 오른쪽)가 지난 2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코로나19 영업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34차 목요대화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왼쪽)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뒷줄 왼쪽 첫 번째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4차 긴급재난지원금 논의가 본격화하자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10조원대를 웃돌 것으로 추산되는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고채(국채)를 대거 발행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도 시장 금리가 치솟는 데 대해 주목하며 국채 매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803%로 전날보다 0.035%포인트 올랐다. 국고채 금리가 2019년 11월 12일(연 1.842%)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작년 7월 30일 연 1.281%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서 연 1.6~1.7%를 맴돌았지만 전날 연 1.8%대로 치솟았다. 장기채를 중심으로 금리가 치솟자 10년 만기 국고채와 3년 만기 국고채 간 금리 격차(장단기 국채 스프레드)는 지난 1일 0.809%포인트로 2011년 3월 24일(0.81%포인트) 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장단기 국채 스프레드는 대표적 경기선행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예상되면 10년 만기 국고채와 장기채 등 안전자산 선호도가 약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고채 금리가 뛰는 것은 경기 요인보다는 수급 상황이 좌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논의가 여당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4차 재난지원금의 규모가 전 국민에게 지급했던 1차(14조2000억원)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구축효과(정부가 국채 발행 확대로 시장금리를 밀어 올려 민간의 소비·투자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시장금리가 뛰자 한은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25일 발표한 ‘2021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국채 수급 불균형 등으로 장기시장금리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국채 매입을 늘릴 것”이라며 “필요할 때 국채 매입 시기·규모 등을 사전에 공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작년에 시장금리가 뛸 때마다 국채 매입에 나서 지난 한해에만 11조원어치를 사들였다. 최근에도 금리가 뛰면서 매입 시점을 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국고채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시장이 불안해질 경우에 적극 대응할 의지도 있다”고 말했다.한은이 매입을 통해 보유한 국채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24조4832억원이다. 같은 기간 국채 잔액(734조8811억원)의 3.3% 수준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채시장의 수급 부담과 금융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한은의 국채 매입이 필요하다"며 "한은이 보유한 국채는 전체 잔액의 3%대로 미국(20%)과 영국(33%), 일본(45%)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적잖은 데다 재난지원금용 국채가 발행될 때마다 한은이 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시장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 이른바 '부채의 화폐화'에 준하는 움직임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만큼 한은도 매입에 나서는 것에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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