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DC형 퇴직연금·IRP…"주식형 상품으로 갈아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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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산 112조원' 변액보험변액보험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메트라이프생명 콜센터에는 최근 변액보험 가입자의 문의 전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안내 지연을 우려해야 할 정도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올 들어 변액보험 관련 문의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며 “변액보험을 통한 펀드 변경 문의 증가율이 75%에 달한다”고 말했다.
채권형 펀드 수익률 떨어지자
주식형·혼합형으로 교체 활발
'펀드주치의'가 노하우 알려줘
일임형 변액보험 상품도 인기
DC 퇴직연금·IRP 가입자도
주식형 펀드·ETF로 바꾸거나
상품내 포트폴리오 변경 '봇물'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변액보험 가입자들의 자산운용 지시가 급증하고 있다. 변액보험은 가입자가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 실적에 따라 환급금이 달라지는 실적 배당형 금융상품이다. 변액보험뿐만 아니다. 직장인 자신이 직접 퇴직연금을 굴려야 하는 확정기여(DC)형 가입자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의 운용 지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가입자 20%가 자산운용 지시
2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변액보험에 가입한 이후 한 번이라도 자산운용을 지시한 사람은 20%를 넘어섰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변액보험 가입자들이 수익률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운용 지시를 한 가입자 비율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며 “최근 1년간 코스피지수가 40% 정도 오르면서 주식 비중을 높이기 위해 펀드를 교체하는 움직임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대부분의 변액보험은 가입자의 운용 지시에 따라 투자가 이뤄진다. 변액보험 가입자는 보험사가 정한 방법에 따라 1개 이상의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여러 개를 선택한 경우에는 펀드별 투입 비율을 설정할 수 있다. 가입 당시에 채권형 펀드를 선택했다면 보험사들은 주가 움직임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초기 운용 지시에 따라 채권에만 보험료를 투자한다.2010년 이후 7년간의 ‘박스피(박스권+코스피)’ 시기가 이어졌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한때 1400대까지 급락하면서 변액보험 가입자들은 주식형 펀드를 선호하지 않았다. 상당수 가입자가 10년 이상 보험을 유지하면 전액 비과세 혜택(최대 월납 150만원, 일시납 1억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했다.
변액보험 순자산 112조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게 보험업계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 투자자에게 매달 한 번씩 수익률을 카카오톡 등으로 알려주는 것도 운용 지시가 늘어난 배경”이라며 “주가가 이렇게 오르는데 변액보험 수익률이 형편없다는 채권형 투자자의 항의를 받으면 주식 비중이 채권형보다 높은 혼합형이나 주식형으로 갈아타라고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보험사 콜센터는 ‘펀드주치의’ 등의 서비스를 통해 투자 노하우와 운용 지시 방법 등을 알려준다. 업계 관계자는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변액보험 수익률 제고를 위해 펀드를 변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펀드별 자산 규모 등 일반 현황이나 투자 성향 공지는 물론 시황 분석, 펀드별 운용 정보 등을 펀드주치의 제도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펀드주치의 제도 자체만으로는 펀드를 바꿀 수 없다. 변액보험에 가입한 보험사 홈페이지나 설계사를 통해야 한다. 보장형 상품은 채권에 60% 이상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나 주식 비중이 40%를 밑도는 혼합형 펀드만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변액보험 가입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안해 주는 ‘인공지능(AI) 펀드 추천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시장 상황에 맞춰 보험회사가 알아서 주식 투자 비중을 조절해 주는 일임형 변액보험 상품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MVP펀드는 국내외 주식 배분까지 스스로 조절해 주는 기능을 앞세워 최근 넉 달간 4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일임형 변액보험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변액보험의 순자산은 지난해 1분기 말 94조원에서 4분기 말에는 112조원까지 늘어났다.
DC형 원리금 비보장형 모처럼 ‘짭짤’
가입자가 운용을 책임지는 DC 퇴직연금이나 IRP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상품에 투자된 돈도 수십조원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DC형 원리금 비보장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연 12.18%로 집계됐다. IRP의 원리금 비보장상품 수익률은 연 11.2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채권과 정기예금 등을 주로 담은 원리금보장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은 연 1% 중반에 불과했다.한 대형 시중은행의 DC형, IPR에 대한 운용 지시는 지난해 9월 5만1992건에서 12월 9만5264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 25일까지 6만754건의 상품 변경이 일어났다. 이 가운데 ‘펀드’에 대한 운용 지시 건수는 지난해 9월 1만2783건에서 지난달 25일까지 2만4870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예금과 채권에 있던 돈을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ETF)로 갈아타거나, 펀드 상품 내에서 포트폴리오를 바꾼 가입자가 많았다.
은행 관계자는 “주변 사람들과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을 보고 포트폴리오를 바꾸려고 하는 문의도 많고 이미 주가가 고점이라고 판단하고 저축은행 정기예금 등으로 돌려놓으려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포트폴리오에 큰 신경 쓰지 않고 방치하는 게 DC형과 IRP의 문제였는데 주가가 크게 뛰면서 가입자들이 운용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김대훈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