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의 별'…지역 상의회장 선거전 '물밑 경쟁'

광주·순천 선거전 혈투 되나…목포·순천 분위기 잠잠

다음 달 광주와 전남 목포, 여수 등에서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일제히 치러진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지역에 따라 지역 상공인의 대표로 나서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거센 곳이 있는가 하면 추대 분위기만 감도는 등 잠잠한 곳도 감지된다.

2일 광주상공회의소 등 지역상의에 따르면 3년 임기가 끝나 오는 3월 차기 상의회장을 뽑아야 하는 곳은 광주를 비롯해 목포, 여수, 순천상의 등이다.

광양상의는 1월 임시의원 총회에서 현 이백구 회장이 연임에 추대됐다
◇ 정창선 현 회장 연임 의욕…양진석 호원 회장 출마 여부가 변수
광주상의는 현 정창선(중흥건설 회장)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주력 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업체 등이 사실상 선거인단 확보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돈다.

지역 1세대 건설 기업인으로 자수성가한 정 회장은 3년간 상의 회장직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자평 속에 연임에 강한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3년 전 차기 회장 추대를 위한 의원 사전투표 논란 등 우여곡절 끝에 당시 1위를 한 양진석 호원 회장의 양보를 받아 단독 출마, 회장에 당선됐다.

이 당시 사전 투표에 참여한 정 회장 등 3명은 1위를 차기 회장에 추대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과적으로 정 회장이 출마를 강행한 셈이 됐다.

변수는 양 회장의 출마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이 지역 상공계의 시각이다. 양 회장은 2천 곳이 훨씬 넘는 회원들이 실질적으로 기대고 참여하는 열린 공간으로 상의를 만들고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 회장이 출마를 최종 결심하면 두 후보 간 피 튀기는 혈투가 될지, 한쪽이 포기하고 주저앉을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광주상의는 오는 23일 제24대 의원 선거 공고를 한 뒤 3월 11일 의원선거, 18일 회장 선출을 할 계획이다.

투표권을 부여하는 회비 납부 마감일은 25일이다.

임기는 21일부터 3년간이다.
◇ 여수는 3∼4명 거론 '과열'…특정 업체 밀기 논란도
여수상의는 박용하 현 회장의 임기가 이달 끝남에 따라 새 회장을 선출한다.

오는 24일 회원사 투표를 거쳐 상의 의원 40명을 선출한 뒤, 이 가운데 회장과 부회장, 감사 등 임원을 선출한다.

기업 대표 3∼4명의 이름이 거론된다.

전남 지역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여수를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일찌감치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들도 있어 과열 선거 우려도 나온다.

김철희 대신기공 대표, 문상봉 대광솔루션 대표, 박정일 영동이앤씨 대표는 일찌감치 출마 의사 밝혔다.

현 상의 부회장인 이영완 엘지테크 대표의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일부에서 여수산단 대기업 임원들이 특정 기업 대표를 밀어주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업체 간 내홍 조짐도 보인다.

연임에 성공해 6년째 여수상의를 이끈 박 회장의 '입김'도 이번 선거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느 때보다 과열 양상을 보이자 박 회장은 이례적으로 선거와 관련해 작심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박 회장은 지난해 10월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상의회장 선거와 관련해 일부 대기업 임원들이 선거운동에 개입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불순한 의도로 대기업 임원 개입설 등 가짜뉴스를 퍼트릴 경우, 유포자 명단과 함께 관련된 상의 의원의 실명 공개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수지역 경제계 인사는 "회원사와 소통하고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사가 와야 하는데, 선거가 시작도 하기 전에 잡음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소상공인을 돕고 지역발전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 목포는 현 회장 연임 분위기…순천은 뚜렷한 후보 없어
오는 17일 선거가 예정된 목포상의는 대의원 격인 일반의원 70명이 선거를 10일 치른다.

현재까지 이한철 현 회장이 거론될 뿐 뚜렷한 후보가 없는 상태다.

이 회장은 태원여객 대표이사로 2018년 상의 회장에 당선됐다.

목포상의 회원 업체 수는 850여 곳이다.

순천상공회의소는 2015년에 취임한 뒤 연임에 성공한 김종욱 회장(죽암건설 대표)이 6년 상의를 이끌었다.

오는 17일 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상의 의원 가운데 회장을 선출하지만,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순천상의는 여수나 광양보다 규모가 작은데다 회장의 부담도 커서인지 선뜻 회장직을 맡으려는 기업인이 없다는 것이 지역 경제계의 전언이다.

순천상의는 입후보자가 없으면 부회장 가운데 1명을 추대하는 방식으로 차기 회장을 뽑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광양상의는 현 이백구 회장(드림피아 대표)이 지난달 임시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다.
◇ 경쟁하면 돈 선거 변질…독특한 선거제가 원인
상의 회장 선거는 의원이 뽑는 간선제이지만 독특한 규정이 있다.

먼저 회비를 완납, 투표권이 주어진 회원이 상의 의원 80명을 뽑는다.

회비는 업체 매출에 따라 최대 200배가량 차이가 난다.

적게는 50만 원부터 많게는 1억 원가량 된다고 광주상의는 설명했다.

광주상의 회원 업체가 2천600여곳에 달하지만, 3년 회비 완납으로 투표권이 주어진 업체는 400∼500곳에 그친다.

문제는 2010년 전후로 대다수 상의가 도입한 차등 투표제다.

특별회비를 많이 내는 업체에는 투표권이 그만큼 많이 부여된다.

최대 1억원까지 낼 수 있지만 규정상 한 개 업체에 최대 50표까지 줄 수 있다.

1천만원 정식 회비를 내던 업체가 4천만원을 더 내면 40표를 더 가질 수 있다.

기존 회비를 포함해 100만원 당 1표꼴이다.

현재 최다 투표권(48개)을 가진 업체는 기아 광주공장, 호반건설, 중흥건설 등으로 알려졌다.

선거 직전까지 간 3년 전에는 이들 업체가 6∼7곳에 달했다.

투표권 확보를 위해 경쟁업체들이 투표권 모으기에 나섰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광주상의는 2018년 선거에서 500여개 업체가 2천700여표를 행사했다.

1업체당 평균 5표 이상을 행사했다.

이 당시 의원 당선 마지노선 표수는 26표였다.

회장 선출권이 있는 일반의원을 하겠다며 나선 경쟁률도 1.3대 1에 달했다.

당연히 회장 선거가 과열되면 업체를 동원한 특별회비 납부가 늘게 되고 이는 곧바로 돈 선거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후유증도 적지 않다.

특별회원 12명은 건설협회, 광주테크노파크, 김대중컨벤션센터 등 경제 관련 유관 단체 21곳에서 뽑는다.

결국 대의원은 일반의원 80명과 특별의원 12명 등 92명이며 2명이 경합하면 47표를 얻어야 한다. 상의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며 상임부회장 추천권, 직원 인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