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차의 눈' 라이다 만드는 루미나 테크놀로지

[애널리스트 칼럼]-김철민 삼성증권 연구원
루미나 테크놀로지(티커: LAZR US)는 오스틴 러셀이 17세 나이로 2012년 창업한 라이다(LiDAR) 및 응용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2016년 광원업체 오픈포토닉스(Open Photonics)와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rgrated Circuit) 기술을 가진 블랙포리스트엔지니어링(Black Forest Engineering)을 인수했으며, 2020년 12월 스팩(SPAC)과 합병으로 상장해 시가총액 10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이 됐다.

애플카가 화두에 오르면서 라이다 업계 전반이 관심 받기 시작했지만, 그 중에서도 루미나가 더 주목 받는 이유는 바로 파격적인 가격에 있다. 루미나는 초기 8000만원에 가까웠던 라이다를 500달러에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혀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주목 받았다. 현재는 로보택시 분야에서 모빌아이, 픽업트럭에서는 다임러, 상용차는 볼보와 도요타 등 글로벌 탑10 중 7개 기업과 협력 중이다.루미나는 일단 차량용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2025년까지 총 매출 90%이상을 차량용 시장에서 올린다는 계획이다. 2017년 4개밖에 되지 않았던 파트너사가 2019년 50개사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동사의 전략은 성공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격 외에도 자동차 업계가 루미나를 주목하는 이유는 제품 성능에 있다. 루미나의 아이리스 라이다(Iris LiDAR)는 인식거리, 시야각 등에 있어서 자동차 업체들이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루미나 라이다에는 디자인과 기술면에서 전통 업체와 다른 접근 방식이 적용됐다. 광원인 레이저 파장부터가 전통업체와 다른데, 전통업체들 대부분은 905nm대 파장을 사용한다. 이 파장은 양산이 용이하나, 출력을 높이게 되면 사람의 눈에 빛이 흡수돼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출력이 제한되고 인식거리를 늘리는데 한계가 존재한다.하지만 루미나는 인식거리를 늘리기 위해 1,550나노대 파장을 선택했다. 해당 파장은 905nm 파장에 비해 수분에 영향을 받아 신호처리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루미나는 이런 단점을 소프트웨어나 다른 방법을 통해 개선 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이리스는 1개 레이저와 2개 반도체로 구성된다. 다른 업체들은 레이저와 반도체를 일대일로 구성하는데, 예를 들면 128개 레이저를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리시버 역할을 하는 반도체도 128개를 사용하게 된다. 이럴 경우 당연히 부품이 늘어나 단가는 상승하며, 부피 역시 커지게 된다. 그래서 높은 가격, 큰 부피를 차지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반면 루미나 아이리스는 레이저 1개와 2개 반도체를 사용해 비교적 심플한 디자인을 구현이 가능하다.

성장성은 분명해 보이지만, 라이다 업계의 위험 요인 중 하나는 상용화까지 아직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2021 CES에서도 모빌아이는 레벨4 자율주행이 확산되기까지 약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는데, 그만큼 라이다 활성화가 가까운 미래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아직 LiDAR 업체들이 버텨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볼 수 있는데, 보유 현금이 이 기업들의 체력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 같다. 루미나는 상장을 통해 5억달러 가량 현금이 유입되었고, 이는 유사 기간에 상장한 업체보다 약 3억달러 가량 많아 체력 면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볼보와 계약으로 실질 매출이 증가하고, 2024년부터는 EBITDA가 흑자전환 할 것으로 보는 만큼, 이 기간을 버텨내는 것이 이 기업에게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루미나의 또 다른 약점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경쟁업체 벨로다인은 2021년 예상 매출 대비 시가총액이 30배 수준인데 반해 루미나는 400배가 넘는다. 이는 최근에 관심이 뜨거웠던 수소차 관련 기업들보다도 비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질적인 매출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점도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잠재력만큼이나 리스크가 높은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