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방해 혐의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 모두 '무죄'(종합)

대구지법 "교인명단 제출 요구는 준비단계…역학조사로 볼 수 없다"
교인 명단을 고의로 빠뜨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 등)로 재판에 넘겨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 관계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수원지법이 이만희 총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대구지법 형사11부(김상윤 부장판사)는 3일 신천지 대구교회 지파장 A씨 등 8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체 교인 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감염병예방법 및 시행령이 정한 역학조사가 아니라 역학조사를 위한 사전준비단계인 만큼 누락된 명단을 제출한 것을 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이 방역의 사전준비단계이고 방역 자체가 아닌 만큼 정보제공 요청에 단순히 응하지 않은 것을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공소사실 기재만으로는 어떤 직무집행을 어떻게 방해했는지 분명하지 않아 이 부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 등은 대구에 첫 코로나19 확진자(31번 환자·신천지 교인)가 나온 지 이틀 뒤인 지난해 2월 20일 대구시가 전체 교인 명단을 요구하자 신원 노출을 꺼리는 교인 133명 명단을 빠뜨리고 제출해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파장 A씨 등 핵심 관계자 2명은 구속 상태로 기소됐다가 재판 도중 보석으로 풀려났다.

나머지 6명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대구시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지던 지난해 2월 말 역학조사를 방해했다며 이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결심공판에서 "방역 실패의 모든 책임이 신천지 대구교회에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초기 방역 실패로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번졌고 신천지도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A씨에게 징역 3년, B씨 등 4명에게 징역 2년∼1년 6월, 나머지 3명에게 징역 1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에 피고인 측은 대구시가 전체 교인 명단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재판 내내 무죄를 주장했다.

A씨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지난달 15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13일 이만희 총회장의 방역 방해 혐의에 대해 수원지법이 "신천지 측에 시설현황과 교인명단 제출을 요구한 것은 자료수집 단계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나서 이날로 연기됐다. 검찰은 법리 검토를 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