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운영 중단된 동물원, 동물 방치·불법도살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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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수 조절 위해 동물 도살 의혹대구의 한 동물원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동물들을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물·사료 없이 방치, 사육장은 배설물로 뒤범벅
동물원 측 "주기적으로 동물 관리했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2일 SNS 등을 통해 대구지역 A동물원에 방치된 동물들을 구조하는 현장 모습을 공개했다.비구협에 따르면 A동물원은 코로나19로 운영난을 겪게 되자 동물들에게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사육 중이던 염소의 목을 매달아 죽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비구협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사료통은 물론 물통은 텅텅 비어있고, 사육장 안은 배설물로 범벅이 돼있다. 원숭이가 지내는 사육공간에는 추운 날씨로 고드름이 가득 차 있었다.비구협은 "관리를 하지 않아 제멋대로 인근 야산에 방치된 토끼를 포함한 양과 염소들은 주위에 민원을 일으켰고, 이들을 제대로 사육하고 관리하기가 힘들어지자 결국 목에 매달아 잔인하게 죽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물 학대를) 목격한 인근 주민이 가족과 함께 10개월이 넘도록 동물들을 보살펴 오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에게 도움을 받아 비글구조네트워크에서 구조작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높은 산 중턱에 위치한 동물원에 전기와 수도가 끊겨 제보자 가족들이 수개월간 산 아래에서 물을 떠 동물들에게 식수를 제공하고 무거운 사료와 과일 박스를 짊어지고 눈물겹게 먹이를 제공했다"며 "대구시청과 대구지방환경청에 동물학대에 의한 격리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대구시와 환경당국은 진상을 조사한 뒤 관련 법에 따라 대응하기로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 동물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2월부터 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그러다 전기료가 7000만 원가량 체납되면서 단전이 됐고, 지난해 10월 정식으로 휴원을 신청했다. 일부 동물은 다른 시설로 옮겼지만 낙타와 말 등 큰 동물은 동물원에 그대로 남았다.
동물원 측은 주기적으로 동물들을 관리했다고 반박했다. 동물원 측은 시에 제출한 관리 계획에 따라 근무자를 배치해 동물을 돌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