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선의 디지털자산] 디지털 세상의 '스니커 테크'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한정판 신발을 구한 뒤 리셀 시장에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가 MZ세대 중심으로 새로운 재테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나이키와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콜라보한 신발은 정가 22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 제품은 가치가 오른다는 믿음에 새벽부터 매장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신발 본연의 기능보다, 투자 자산으로 인식된 것입니다.
2019년 오스트리아 우체국은 15만장의 한정판 우표를 발행했습니다. 한 장에 6.9 유로(약 9천원), 5가지 색깔의 우표를 발행하는데, 색깔별로 발행 개수를 달리해 희소함의 차이를 두었습니다. 빨간색이 1,500장으로 가장 희소하고 검정색이 78,500장으로 가장 많습니다. 흔한 기념우표 발행 이야기 같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형태의 한정판 우표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한정판 신발처럼 리셀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 집니다. 최근 이베이에 올라온 빨간색 우표의 가격이 3,500 달러입니다! 가치가 무려 400배나 올랐습니다. 리셀 가격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최고가는 약 7,000 달러에 거래됐고, 평균가는 약 50 달러 정도라고 하니, 평균적으로 5배 이상으로 가치가 오른 셈입니다. 우표 본연의 기능은 사라지고 자산이 된 것입니다. 디지털 형태로 표현된 자산, 즉 디지털 자산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디지털 세상은 복제가 쉬운데, 15만장만 발행한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으며, 자신의 디지털 우표가 진본임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이것은 디지털 우표를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블록체인이 디지털 우표의 발행개수와 소유자를 증명하는 장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장부는 세상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람에게 감시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즉,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자산의 높은 신뢰성을 보장합니다. 한정판 신발을 천 개만 제작했다는 것은 나이키를 믿는 수밖에 없지만, 한정판 디지털 우표 15만장이 발행됐다는 것은 오스트리아 우체국을 믿을 필요가 없습니다. 블록체인이 증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자산 발행사를 신뢰할 필요없이 중립적인 시스템(블록체인)이 자산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디지털 자산이 가능해진 이유입니다. 한정판 디지털 우표를 통해 디지털 자산을 소개드렸습니다. 디지털 자산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등장과 함께 최근에서야 정의되고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된 디지털화와 함께 디지털 자산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본 기고를 통해 디지털 자산의 특징과 가능성, 그리고 다양한 디지털 자산 사례에 대해 소개드리겠습니다. 미래의 부를 향해 달려가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떠나 보시기 바랍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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