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직접 공급'에만 집착해선 집값 안정 어렵다

대통령까지 나서 ‘특단의 대책’을 공언한 끝에 나온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은 꽤나 파격적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공급 확대책이 담겼다. 서울에만 분당급 신도시 3개, 강남 3구 아파트 수와 비슷한 32만 가구를 공급하는 등 2025년까지 전국 도심에 83만여 가구를 짓는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이다. 이전 24번의 대책 때 발표한 127만 가구를 합치면 수도권 공급물량만 200만 가구에 육박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훨씬 조심스럽다. 공급량만 보면 획기적이지만 변화무쌍한 부동산 시장의 속성을 감안할 때 변동성만 키울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공공개발을 앞세운 대규모 주택사업이 시장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와, 4~5년 뒤 쏟아질 공급 폭탄이 급락의 방아쇠를 당길 것이란 정반대 전망이 엇갈린다.공급 폭탄보다 놀라운 것은 공기업이 민간주택 사업권을 조합원으로부터 넘겨받아 시행자가 되는 공공개발의 전면확대다. ‘주택공개념’이 시작된 느낌이다. 시장 문법을 전면 변화시키는 조치를 취임 한 달 남짓한 신임 국토부 장관이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이 밀어붙이는 모습이 불안하다. 초과이익환수제 면제 등의 인센티브 제공으로 빠른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한 것인지 의문이다. 시장 침체기가 도래할 경우 가뜩이나 빚이 많은 LH나 도시개발공사의 경영부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증대될 수밖에 없다.

역세권에선 700%, 준공업지역에선 500%까지 용적률을 올리는 방식도 신중한 논의를 요하는 이슈다. 아무리 공급이 급해도 도심 용적률을 마구 올리는 고밀도 개발이 옳은지 고민해 볼 대목이 많다. G7 수준의 선진국으로 진입 중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벌집식 좁은 아파트를 짓는 홍콩 등을 좇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인허가권을 쥐고 고밀개발과 준공업지 개발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다 보면 강제수용 등을 둘러싼 재산권 분쟁도 필연적이다.

24차례 대책이 실패한 것은 선입견과 오기로 첩첩규제를 밀어붙인 결과다. 이를 외면하고 국가 주도의 공공개발이라는 더 극단적 대책을 들고나온 것은 또 한 번의 위험한 베팅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앞장서서 공공 집짓기로 해결하는 방식은 쉬워 보이지만 시장을 교란하고 중장기 부작용을 키우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주택시장을 옥죄는 과잉규제를 풀고, 거래세 인하 등으로 기존 주택매물이 나오도록 하는 친시장 정책 전환이 모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