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하나은행 상대 120억원대 도로부지 소유권소송 승소

대법원, '취득시효 완성' 불인정한 원심 파기환송
1974년 기부채납 합의 후 소유권 이전 하지 않고 매각 추진하자 소송
울산시는 하나은행과 도로부지 소유권을 놓고 벌인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고 4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대법원은 시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울산고속도로 진입도로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8년 4월 소송을 제기한 후 약 3년 만에 시가 승소한 것이다.

이 소송의 발단은 50여 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9년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신탁은행은 부동산 매매와 택지 조성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관리·운영을 목적으로 자회사 한신부동산을 설립했다.

한신부동산은 민자 유치 사업이던 울산∼언양 간 고속도로(울산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한국신탁은행 신탁자산을 재원으로 토지를 취득하고, 유료 고속도로 일부 구간과 진입도로 공사를 완료해 사용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고금리의 신탁자산을 수익성이 낮은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해 결손이 쌓였고, 이는 한국신탁은행의 부실로 이어졌다. 정부는 1974년 한국신탁은행 부실 자산을 공공에 이관해 은행 수지를 정상화했고, 유료 도로인 울산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인수했다.

고속도로 진입도로는 울산시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고, 도로공사가 한국신탁은행 투자 원리금 중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는 대신 한국신탁은행은 진입도로를 울산시에 기부채납하기로 1974년 합의했다.

한국신탁은행은 서울은행과 합병해 서울신탁은행이 되고, 다시 현재 하나은행과 합병된 후에도 도로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2018년 기부채납 합의와 달리 해당 도로(신복로터리∼옥현사거리) 22필지 1만1천247㎡를 매각한다는 공고를 냈고, 이에 시는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신청에 이어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시는 재판에서 '합의에 따른 기부채납'을 주위적 청구로, '20년 이상 자주 점유에 따른 취득시효 완성'을 예비적 청구로 소유권 이전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반대로 하나은행 측은 시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시의 점유는 소유 의사 없이 이뤄진 것이어서 취득시효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시의 예비적 청구를 인정해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기부채납과 점유에 의한 취득시효 완성을 모두 인정하지 않으면서 하나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다시 시의 청구를 받아들여 취득시효 완성에 대한 판단을 다시 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소송 대상이 된 도로 부지는 도로로 평가했을 때 가치가 120억원대에 달하며, 도로 외 토지로 평가하면 해당 액수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시는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