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첫 우승' 신민준 "세계대회 다시 우승하겠다"(종합)

"커제는 아직 제가 평가할 기사 아니다"
역전패에 눈물 훔친 커제 "신민준이 잘 뒀다"
프로기사 데뷔 이후 처음 메이저 세계대회 정상에 오른 신민준(22) 9단이 '우승 사냥'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신민준은 4일 서울 한국기원과 중국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제3국에서 커제 9단을 꺾고 우승한 뒤 "실력 이상으로 잘 둬서 우승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라며 "세계대회에서 다시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중국랭킹 1위인 커제와 7시간여 걸쳐 300수가 넘는 대접전을 펼친 뒤 우승을 차지한 신민준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결승 1, 2국때보다 훨씬 긴장했는데 메이저 세계대회 첫 우승이라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번 LG배 결승을 앞두고 대다수 전문가는 커제의 우세를 예상했다. 특히 신민준은 지난 12월부터 지독한 슬럼프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민준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누구와 둬도 다 질 것처럼 기운이 빠져 있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하지만 중요한 결승전을 앞두고 있었기에 최대한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도록 마음을 추슬렀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포석 공부에 주력했다는 신민준은 "커제가 실리를 좋아하기에 최종국에서는 (나도) 평소와 다르게 초반 실리 위주로 뒀다"라고 전했다.

이날 대국 내용에 대해선 "초반 이후 불리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라며 "마지막 패를 해소했을 때 승리를 확신 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신민준은 결승 3번기에서 1국을 패한 뒤 2, 3국은 일방적인 완승을 했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커제에 대해 "(아직) 제가 평가할 수 있는 기사가 아니다"라고 말한 그는 "이번 결승에서 실력 이상으로 잘 둬 운 좋게 우승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팬들이 많이 응원해 줘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라며 "다시 세계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한편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뒤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진 커제는 중국기원을 통해 "오늘 바둑은 상대가 너무 잘 뒀다"라며 "두면 둘수록 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제 바둑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1국을 이기고 이렇게 역전패하는 게 처음이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라며 "신민준의 첫 (메이저) 세계 대회 우승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