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약정에 요금인하까지…작정한 이통사에 벌벌떠는 '알뜰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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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LGU+, 무약정 3만원대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국내 이동통신사가 올 초부터 초저가 5세대(5G)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알뜰폰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존 요금제 대비 30% 가량 저렴하고 약정을 없앤 5G 요금제를 내놓자 알뜰폰 경쟁력이 위축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알뜰폰 사업자 "가격 경쟁력, 운영비 보전 어렵다"
SKT·LGU+, 무약정 3만원대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
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LG유플러스는 온라인 전용 '5G 다이렉트 요금제'에 신규 상품 2종을 추가했다. 이는 올 초 SK텔레콤이 기존 요금 대비 30% 저렴한 '언택트 요금제' 출시 이후 불과 2주 만에 또 신규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다.LG유플러스가 출시한 5G 신규 요금제는 월 3만7500원에 5G 데이터 12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 '5G 다이렉트 37.5'와 월 5만1000원에 150GB 상당의 5G 데이터를 주는 '5G 다이렉트 51' 상품이다. SK텔레콤의 5G 언택트 최저가 요금 3만8000원보다 500원 저렴하고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2년간 최대 3000원의 쿠폰을 지급한다.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이들 요금제에 가입만 하면, 시장가 대비 30~33% 저렴한 5G 요금을 무약정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알뜰폰은 평균 이통사 요금제 대비 30% 가량 저렴한 가격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무약정'과 '가성비'를 최대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알뜰폰 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알뜰폰 업계는 어렵게 활기를 되찾은 시장이 가라앉을까 우려가 크다. 그간 알뜰폰 업계는 가성비 요금제로 입소문을 타며 성장했으나, 2017년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20%→25%) 등으로 가격 경쟁력에 밀려 수년간 고사 위기에 처했다. 알뜰폰이 국내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 차지하는 점유율도 2018년 12%에서 지난해 3월 말 10%까지 떨어졌다.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알뜰폰은 5G 고가 요금제 논란과 갤럭시노트20와 아이폰12 출시로 '자급제+알뜰폰' 조합이 인기를 끌면서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알뜰폰 순증 가입자는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전월 대비 42.22%(2942명) 늘어나면서 9월~10월엔 1만명대, 11월에는 3만1674명을 기록했고, 12월에는 4만3949명 순증하며 7개월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연말 알뜰폰 가입자는 900만명을 돌파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 "가격 경쟁력, 운영비 보전 어렵다"
업계는 최근 이통사들의 중·저가 5G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알뜰폰이 다시 퇴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통사들이 내놓은 5G 온라인 요금제 가격이 알뜰폰 도매대가와 큰 차이가 없어 가격 경쟁력은 물론, 운영비 보전 등도 보장받기 어렵게 됐다는 설명이다.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은 만큼 이에 맞춰 알뜰폰 도매대가를 내려야 경쟁력 있는 상품을 출시하고 마케팅 여력이 생긴다"며 "업계 전반으로 5G 요금 경쟁이 불붙고 있어 미래 시장에서 알뜰폰이 퇴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특히 올해는 5G 대중화가 시작되고 이통사들의 5G 설비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어 알뜰폰의 영업 환경은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타격이 더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 기반 알뜰폰 사업자는 마케팅 지원을 받으면서 대대적으로 프로모션을 내놓기 때문에 중소 사업자는 밀릴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 위주로 알뜰폰 시장이 형성되면 중소 사업자는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10월 알뜰폰 스퀘어 개소식에 참석한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 역시 "이통3사가 거대 자본을 앞세워 알뜰폰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현재 50%에 달하는 이동통신사(MNO)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낮추고 3년 내 사업에서 철수하도록 정책을 펴달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