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록, 안전한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폭스바겐 소형 SUV [신차털기]

오세성 기자의 [신차털기] 87회
△ 폭스바겐 티록 프레스티지 시승기

▽ 폭스바겐 고유의 SUV 디자인 물려받아
▽ 티구안 엔진에 다양한 안전 기능 탑재
▽ 3600만원대로 소형 SUV 시장 도전엔 의구심
폭스바겐 소형 SUV 티록.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국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폭스바겐의 '티록'은 안전한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차량이었다. 폭스바겐의 세련된 외관과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갖췄고, 도심 사고 상황을 대비한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었다.

티록은 한 등급 위 차량인 '티구안'에서 볼 수 있던 폭스바겐의 새 SUV 디자인을 물려받았다. 티록의 전장·전폭·전고는 4235·1820·1575mm로 상대적으로 넓은 전폭과 낮은 전고를 통해 역동성을 높였다. 낮은 무게 중심은 조향성능도 극대화해준다. 축간거리는 2605mm다.전면부에는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전조등이 자리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전조등이 크롬 엑센트로 둘러싸여 티록의 너비를 강조한다. 개별 하우징 분리를 통해 방향지시등과 주간주행등, 코너링 라이트를 각각 배치하면서 날렵한 디자인을 갖췄다. 측면은 A필러에서 C필러까지 이어지는 루프 라인에 크롬 스트립이 장착돼 쿠페 디자인을 연상시킨다.
폭스바겐 소형 SUV 티록 측면 모습. 사진=폭스바겐
후면부는 리어 윈도우와 3D 디자인 후미등, 범퍼로 이어지는 3층 구조를 갖췄다. 이를 통해 낮고 넓은 디자인을 재차 강조했다. 폭스바겐 로고를 누르면 트렁크 도어가 열린다. 트렁크는 445L의 적재 용량을 갖췄고, 뒷좌석을 접으면 1290L까지 확장된다. 뒷좌석은 성인 남성 기준 무릎 앞에 주먹 하나는 여유롭게 들어갈 레그룸을 확보했고, 넓은 파노라믹 선루프로 훌륭한 개방감도 제공한다.

실내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 디자인됐다. 디지털 콕핏에서는 속도와 함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8인치 메인 터치 디스플레이도 다소 작고 투박하지만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티록에는 폭스바겐의 최신 MIB3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됐고, 국내 지도 업체와 함께 개발한 내비게이션도 탑재됐다. 큰 스마트폰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넓은 무선 충전기와 무선 앱커넥트 기능도 갖췄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지원한다.
폭스바겐 티록 실내 모습.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시승은 도심형 SUV라는 티록의 성격에 맞춰 약 1시간 동안 서울 강남 일대에서 진행됐다. 스포티한 외형과 달리 출발 가속과 조향은 제법 부드럽게 이뤄졌다. 티록은 티구안에 적용됐던 2.0L TDI 디젤 엔진을 탑재해 전륜구동으로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 토크 34.7kg.m의 동력 성능을 낸다. 크기와 무게 차이가 있기에 티구안보다 민첩한 반응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디젤 모델만 출시됐으며, 연비는 복합 기준 15.1km/L다.

폭스바겐 측은 8.8초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이르는 시간)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지 상태나 저속에서의 가속은 터보랙으로 다소 더딘 모습을 보였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즉각적으로 속도가 오르지 않고 엔진 RPM이 치솟은 다음 속도가 오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일정 속도에 이른 후에야 기대했던 가속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도심에서는 30~50km/h인 제한속도를 준수하고 가속감은 고속도로에서 즐기라는 의미인가 싶었다.
폭스바겐 티록은 준중형 SUV 티구안에도 쓰인 2.0L TDI 엔진을 탑재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실제 티록은 도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한 안전 기능이 대거 탑재됐다. 모든 트림에 △전방 추돌경고 및 긴급제동 시스템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 및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 △파크 파일럿 등이 적용된다.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은 사고 우려 상황에서 안전벨트를 강하게 조이고 창문과 선루프를 거의 닫아 탑승자를 보호한다.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는 사고 직후 시스템이 한계까지 제동 기능을 작동시켜 2차 충돌을 예방하는 기능이다.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드는 보행자 등을 감지해 경고하고 운전자가 제동하지 않으면 긴급 제동 기능을 작동한다.
폭스바겐 티록 디지털 콕핏과 8인치 터치 디스플레이, 파노라믹 선루프와 휴대폰 무선충전기. 사진=폭스바겐
다만 최근 소형 SUV에도 폭 넓게 적용되고 있는 반자율주행 기능에서는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프리미엄 이상에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을 갖췄지만 정차 후 재출발 기능은 빠져 사용성에 제약이 있다. 국내 사양은 차로유지보조나 차선이탈방지 기능도 제공하지 않는다. 비교적 최근에 면허를 딴 젊은 운전자를 공략하는 차량임을 감안할 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가격도 '수입차의 대중화'라는 폭스바겐의 지향점에는 부족하다는 평이 나온다. 티록 가격은 △스타일 3599만원 △프리미엄 3934만원 △프레스티지 4032만원 수준이다.
폭스바겐 소형 SUV 티록 측후방 모습.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개소세 인하를 적용하고 5% 할인을 넣은 뒤 트레이드인을 포함한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3216만원 △프리미엄 3534만원 △프레스티지 3628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다만 타던 차량을 반납하는 등의 조건이 붙기에 누구나 이용 가능한 금액이라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차로유지보조와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등 초보 운전자가 선호하는 첨단 안전 사양을 갖춘 셀토스의 풀옵션 모델 가격은 3100만원대다. 티록과 같은 전륜구동 모델 기준이며, 셀토스는 가솔린을 제공하기에 소비자 선호가 높다. 지난해 약 5만대가 팔려 소형 SUV 왕좌에 올랐다.

폭스바겐은 티록의 가격이 독일보다 최대 1500만원 저렴하다고 설명하지만, 앞서 '제타'가 국민차 '아반떼'와 맞서는 경쟁력을 보여준 상황에서 가격 정책에 대한 기대가 과도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추가 할인으로 티록의 매력이 한층 높아져 수입차의 대중화에 일조하기를 기대해본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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