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의 '지금, 여기의 모습'을 담다

문화인류학 연구자가 쓴 쪽방촌 보고서 '동자동 사람들'

동자동 쪽방촌은 서울역 맞은편 대표적 빈민 밀집 거주 지역으로 꼽힌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도움의 손길이 늘었지만, 주민들은 각종 돌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적 버려짐을 경험한다고 한다.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저자는 신간 '동자동 사람들'(빨간소금)에서 쪽방촌에 대한 여러 개선 시도가 있었지만, 주민들이 '버려짐'을 경험하는 건 이렇게 하면 더 나아질 거라는 미래를 섣불리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무연고 사망자 공영 장례, 저렴한 쪽방 임대 지원 사업, 생필품 제공 등 사회가 쪽방촌 주민의 삶에 개입하는 것에 관해 비판적 관점을 유지한다. 또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주민들의 현재 모습을 가능한 한 충실히 담고자 시도한다.

저자는 약 9개월 동안 현장에서 주민들과 생활하며 연구했다고 한다.

책은 저자가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 활동하는 조직인 동자동사랑방과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의 각종 활동에 참여했던 경험을 정리한 보고서다.
책은 지적 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인 한 주민의 삶을 소개한다.

이 주민은 주거 취약계층 주거 지원사업에 당첨돼 공공임대주택으로 거주지를 옮겼지만 동자동으로 다시 돌아왔다.

국가는 기초생활수급이라는 형태의 돌봄을 제공하지만 경제적인 차원에서 멈추며, 일상적 돌봄은 제공하지 못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 주민은 자신을 명의도용 범죄에 끌어들이기도 한 동거남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않고 동자동에서 함께 산다.

저자는 국가나 가족이 아닌 동거남에게 의지하는 이 주민을 보며 "본인이 필요로 하는 돌봄과 정상적 주체에 의한 돌봄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돌봄의 역설"이라고 말한다.

책은 동자동 내 교회가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사랑의 짜장면 나눔 행사' 참여를 거부하는 주민도 소개한다.

이 주민은 거듭된 제안에도 끝내 짜장면을 받지 않고, 주민 자조조직에서 운영하는 '사랑방 식도락'에 가서 1천원을 내고 밥을 사 먹는다.

저자는 짜장면을 든 봉사자가 사라지자 이 주민이 한 말은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였다고 말한다.

이를 토대로 '사랑방 식도락'의 밥값이 이 주민에게는 식사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자 자신이 받은 것을 그것에 맞게 되돌려주는 행위였을 거라고 본다.

책은 지원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물건을 받거나 밥을 대접하는 일은 쪽방촌 주민의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거지 취급'을 받는 듯한 인격 손상과 자존감 박탈의 경험 속에서 주민은 이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주민들이 겪는 가난과 고통의 풍경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려내고자 했다"며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물리적 공간보다 쪽방촌의 사회적 삶"이라고 강조한다. 284쪽. 1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