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에너지 사업에 '오일머니' 쏟아붓는 중동 산유국…왜?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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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산유부국들이 석유로 번 돈을 수소에너지 투자에 쏟아붓고 있다. 최근 유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는데도 그렇다. 수십년 뒤 석유 시대가 끝난 이후에도 세계 에너지시장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은 석유가 국가 경제의 명줄이다. 각 왕실이 권력을 유지하고,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에너지 자원을 잡고 있는 덕분이다. 이들이 차기 에너지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열을 올리는 이유다.
사우디는 네옴에서 2025년부터 녹색수소를 일평균 650t 생산해 이중 상당량을 수출하는게 목표다. 수소에너지 650t은 수소버스 약 2만대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사우디는 이를 위해 세계 최대 상업용 수소공급업체인 미 에어프로덕츠, 자국 ACWA파워와 합작기업을 세웠다. 이 사업에만 60억달러(약 6조7050억원)을 투입한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국영 사우디아람코를 통해서도 수소사업을 키우고 있다. 작년 9월엔 수소에너지 유통방법 대안으로 꼽히는 청색암모니아를 세계 최초로 수출했다. 생산라인에선 수소 관련 시설을 늘리고 있다. 다운스트림(정제·석유화학) 공정 부산물인 부생수소(회색수소)로 수소사업 마중물 역할을 하고, 탄소 포집·저장 시설을 확대해 청색수소(블루수소)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흐마드 알코웨이터 아람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20일 한 에너지포럼에서 “아람코는 기존 석유 시장 장악력을 수소시장에서도 이어가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부다비 수소동맹은 아부다비 등 UAE에 수소에너지 생산기지를 세울 계획이다. ADNOC가 기존 다운스트림 과정에서 생산 중인 수소에너지 규모는 기존 연간 30만t에서 50만t 이상으로 확대한다.
아부다비는 독일 지멘스에너지와 손잡고 ‘탄소 제로’ 신도시로 건설 중인 마스다르신도시에 녹색수소 시범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아부다비에 본부를 둔 합성연료 분야 신기업도 세운다.
세계 5대 석유기업 중 하나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는 코로나19 사태가 지나도 다시는 코로나19 이전같은 석유 수요량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작년 말 전망했다. 세계 저탄소화가 기존과 비슷한 속도로만 이뤄져도 향후 약 20년간 석유 수요가 작년 하반기 수준에서 횡보할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확장 초기에 있는 수소 시장의 전망은 밝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50년 세계 수소 경제 규모가 2조5000억달러(약 3000조원)에 달하고, 일자리는 누적 기준 3000만개 이상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 블룸버그NEF는 기존 5% 미만인 수소 에너지 소비 비중이 2025년 2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사우디와 아부다비 입장에선 수소에너지를 키우는게 당장 석유사업에도 이득이다.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방식으로 청색수소 생산량을 늘리면 최종 탄소 배출량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이를 통하면 재정 여유가 덜해 수소에너지에 적극 투자할 수 없는 다른 산유국에 비하면 '저탄소 석유'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주요 금융기업의 투자를 꾸준히 유치할 수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은 석유가 국가 경제의 명줄이다. 각 왕실이 권력을 유지하고,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에너지 자원을 잡고 있는 덕분이다. 이들이 차기 에너지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열을 올리는 이유다.
사우디 “세계 최대 녹색수소 생산”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앞장서 수소에너지 사업을 키우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해 서울의 43.8배 규모(2만6500㎢)로 조성 중인 신도시 네옴에 세계 최대 규모 녹색수소(그린수소) 생산시설을 들이기로 했다.사우디는 네옴에서 2025년부터 녹색수소를 일평균 650t 생산해 이중 상당량을 수출하는게 목표다. 수소에너지 650t은 수소버스 약 2만대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사우디는 이를 위해 세계 최대 상업용 수소공급업체인 미 에어프로덕츠, 자국 ACWA파워와 합작기업을 세웠다. 이 사업에만 60억달러(약 6조7050억원)을 투입한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국영 사우디아람코를 통해서도 수소사업을 키우고 있다. 작년 9월엔 수소에너지 유통방법 대안으로 꼽히는 청색암모니아를 세계 최초로 수출했다. 생산라인에선 수소 관련 시설을 늘리고 있다. 다운스트림(정제·석유화학) 공정 부산물인 부생수소(회색수소)로 수소사업 마중물 역할을 하고, 탄소 포집·저장 시설을 확대해 청색수소(블루수소)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흐마드 알코웨이터 아람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20일 한 에너지포럼에서 “아람코는 기존 석유 시장 장악력을 수소시장에서도 이어가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UAE ‘아부다비 수소동맹’ 앞세워 투자
UAE 양대 토후국 중 하나인 아부다비는 국부펀드를 앞세웠다. 지난 17일엔 무바달라 국부펀드, 국영지주회사 ADQ, 국영석유기업 ADNOC이 ‘아부다비 수소동맹’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ADQ는 “세 기업이 에너지 혁신사업을 통해 UAE에 ‘수소 경제’를 확립할 것”이라며 “전력, 모빌리티, 제조산업 등 주요 분야에서 수소에너지 사용을 가속화할 로드맵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운용자산 규모가 2310억달러(약 260조원)에 달하는 무바달라펀드는 이달 초 수소위원회 투자그룹에도 가입했다. 아부다비도 실권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자예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가 수소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작년 말엔 ADNOC에 “UAE를 수소 선도국으로 키우는 일을 목표로 삼고, 수소에너지 사업 기회를 물색하라”고 지시했다.아부다비 수소동맹은 아부다비 등 UAE에 수소에너지 생산기지를 세울 계획이다. ADNOC가 기존 다운스트림 과정에서 생산 중인 수소에너지 규모는 기존 연간 30만t에서 50만t 이상으로 확대한다.
아부다비는 독일 지멘스에너지와 손잡고 ‘탄소 제로’ 신도시로 건설 중인 마스다르신도시에 녹색수소 시범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아부다비에 본부를 둔 합성연료 분야 신기업도 세운다.
“석유 꺾여도 에너지 부국 지위 못 내줘”
최근 국제 유가는 코로나19 타격을 거의 회복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은 배럴당 55.83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1월22일 이후 최고가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선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58.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2월19일 이래 가장 가격이 높다. 하지만 세계 석유시장에선 비관론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들에겐 코로나19 회복 여부는 이미 큰 변수가 아니다. 세계 석유업계가 두려워하는 것은 각국의 탄소중립(넷제로) 정책이다. 각국이 탄소배출 저감 정책을 추진하면서 화석연료를 멀리하는 분위기가 산업에 직격타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세계 5대 석유기업 중 하나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는 코로나19 사태가 지나도 다시는 코로나19 이전같은 석유 수요량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작년 말 전망했다. 세계 저탄소화가 기존과 비슷한 속도로만 이뤄져도 향후 약 20년간 석유 수요가 작년 하반기 수준에서 횡보할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확장 초기에 있는 수소 시장의 전망은 밝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50년 세계 수소 경제 규모가 2조5000억달러(약 3000조원)에 달하고, 일자리는 누적 기준 3000만개 이상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 블룸버그NEF는 기존 5% 미만인 수소 에너지 소비 비중이 2025년 2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중동 각국, 수소산업서 석유 우위도 활용 가능
기존 에너지 생산·유통 여력을 활용하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도 중동 주요 산유국이 수소에 투자하는 이유다. ADQ는 “아부다비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많고, ADNOC의 에너지 인프라는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를 활용하면 손쉽게 수소 생산 여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사우디와 아부다비 입장에선 수소에너지를 키우는게 당장 석유사업에도 이득이다.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방식으로 청색수소 생산량을 늘리면 최종 탄소 배출량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이를 통하면 재정 여유가 덜해 수소에너지에 적극 투자할 수 없는 다른 산유국에 비하면 '저탄소 석유'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주요 금융기업의 투자를 꾸준히 유치할 수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