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하다는 말밖에"…대법원장 '거짓해명'에 분노한 판사들

대법 "기억 되짚어보니 녹취록처럼 말해, 송구"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의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논의를 고려해 사표를 반려한 적이 없다고 해명한 지 하루만에 김 대법원장이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일선 법관들은 실망감과 분노를 감추치 못하고 있다.지난 3일 해당 논란이 불거지자 대법원은 "임성근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에게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4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는 전부 거짓해명이 된다.

부장판사들 "창피하다는 말밖에"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창피하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저런 분이 대법원장 자리에 계시니 (판결을) 뭘 얼마나 공정하게 했겠느냐"며 "필요에 따라 거짓말만 하는...정말 창피하다. 그 말밖에 할 게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20년차 부장판사는 "오죽하면 (임 부장이) 녹취를 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그는 "사법연수원 17기인 임 부장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원래 좀 알던 사이"라며 "김 대법원장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인지 아니까 녹취를 한 거다. 그만큼 신뢰를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녹취록이 있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법원에 돌긴 했다"며 "녹취록이 있다는 걸 김명수 원장은 몰랐으니까 그렇게 해명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녹취록이 있던지 없던지 그걸 떠나 대법원장이 국민과 후배 법관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되겠나"며 "아무리 이해하려 해봤지만 이해는 안 되고 머리만 아프다"고 말했다.

평판사들 "원래 저런 분"

경력 10년차 미만의 평판사들도 큰 실망감을 표했다. 지방법원의 한 7년차 판사는 "이제 대법원장의 인품이 어떤지 모든 국민들이 알았을 것"이라며 "저런 분을 판사 3000명이 모시고 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탄핵사태만 보더라도 국회의원들은 의원들의 권한을 행사하는거니까 존중하되 사법부 수장으로서 판사들이 위축되지 않게끔 부당한 탄핵은 대법원장도 좌시하지 않겠다, 기존에 하던 재판은 소신대로 해라 이런 말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지방법원의 4년차 판사는 "사법부 제일 큰 어른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해명과정이 더 놀랍다"며 "진짜로 실망을 좀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권에서 이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얘기까지 나오던데 솔직히 그건 조금 조심스러운 이야기"라며 "이쪽이든 저쪽이든 법관 탄핵이 이렇게 정치와 맞물려서 가볍게 논의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대법원은 “기억을 되짚어 보니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녹음자료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난다”며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