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우리는 언제부터 '배달의 민족'이 되었나

하룻밤에 읽는 한국 고대사

이문영 지음 / 페이퍼로드
448쪽│1만8000원
“동이의 이(夷)는 대궁(大弓)의 결합자이다. 활을 잘 쏘는 동방 민족을 가리키는 글자다.” 중국 후한 때 편찬된 한자사전인 ‘설문해자’에 나오는 말이다. 동이를 우리 한민족을 가리키는 말로 소개할 때 항상 제시하는 논리다. 그러나 중국 동부 해안에 살았던 동이족은 한민족과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역사콘텐츠 작가 이문영 씨는 주장한다. 나중에는 고대 중국인들이 자기들 이외에 동쪽에 사는 사람들을 가리킨 일반 명칭으로 발전했고, 일본까지 포함한 여러 민족을 포괄해서 동이족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고조선부터 발해 건국까지의 역사를 소개하는 《하룻밤에 읽는 한국 고대사》는 사람들이 고대사에 관해 오해하고 있는 일화들과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강대 사학과를 나온 저자는 유사역사학에서 과장해온 ‘한민족의 위대함’과 지나친 민족주의적 해석을 배격한다.예컨대 한민족을 지칭하는 ‘배달의 민족’은 고대부터 내려온 말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단어라고 설명한다. 1904년 대종교 문건에서 발견되고 일제강점기 역사책에 등장한다는 것. 신채호는 ‘배달’ 자체를 근거 없는 단어라고 부인했다.

고조선은 단군이 세운 고조선, 기자가 이어받은 기자조선, 위만이 찬탈한 위만조선 등 셋으로 나누어진다. 중국인 기자가 이땅에 와서 세웠다는 기자조선은 식민사학자들의 시각이라고 역사책에서 배우지 않는다. 그러나 스스로 소중화라 여기던 조선시대에는 기자가 고조선의 왕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저자는 기자조선이 한국사에 깊은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므로 이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일침한다.

고조선은 2333년 건국됐다고 알려져 있다. 저자는 이 연대가 조선시대에 성리학적 사고가 반영돼 굉장히 정치적으로 결정됐다고 지적한다. 명나라는 조선보다 건국이 24년 빠르다. 중국의 태평성대로 잘 알려진 요나라와 고조선의 차이도 24년이다. 중국과 조선이 같은 변화의 주기를 가진 대등한 나라라고 주장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것이다.삼국의 건국 시기도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교과서에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순서로 소개한다. 하지만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고구려 백제 순서다. 이는 나중에 승자가 되는 신라가 스스로의 건국 연대를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 밖에 부여, 한사군, 삼한시대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고대사의 다채로운 수수께끼를 전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