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물량 달라" 아우성에 파운드리 기업들 증설 나섰지만…

IT업계 "공급순위 밀릴라" 불안
각국 정부와 자동차 업체들이 긴급하게 ‘반도체 공급 확대’를 요청하면서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들이 증설에 나서고 있다. 일부 생산라인을 ‘차량용 반도체’ 전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외신에 따르면 대만 파운드리업체 VIS는 올해 시설투자(CAPEX) 규모를 51억대만달러(약 2040억원)로 결정했다. 지난해 투자액(35억4000만대만달러) 대비 44.1% 증가한 규모다. VIS는 고객사 주문을 받아 주로 지름 8인치(200㎜) 웨이퍼(반도체 원판)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세계 6~7위권 업체다. 차량용 반도체 주문이 쏟아지는 영향으로 전년 대비 시설투자 규모를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선 키파운드리가 조만간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키파운드리는 매그나칩에서 분리돼 지난해 3월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된 8인치 파운드리업체다. 후방감지 센서 등을 주문받아 생산한다. 키파운드리 관계자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생산량이 10% 정도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TSMC, UMC 등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일부 라인을 차량용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독일, 일본 정부가 대만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금 증설해도 생산까진 6개월 이상 걸리는 영향이 크다. 이 같은 반도체 업계 움직임에 정보기술(IT) 제품용 반도체를 파운드리에 주문한 업체들은 “우리 물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삼성전자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에겐 반도체 품귀 현상이 오히려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 ‘엑시노스 오토’ 등을 독일 아우디에 공급했고 차량용 D램도 개발·생산 중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전문인력 경력직 채용도 시작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