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품귀 반년 더 간다"…한국GM, 1週 생산계획도 못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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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한 대에 반도체 200~300개“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올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자율주행차엔 10배 더 들어가
'귀한몸' 반도체 값 10% 오르면
車회사 영업이익 1%이상 줄어
반도체가 없어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하는 사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경고다. 핵심 반도체 중 하나인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은 지금 주문해도 26주가 지나야 납품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이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당초 전망 대비 2~4%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GM “생산계획 매주 바꿔야”
국내 자동차업체 중에서는 한국GM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 한국GM은 오는 8일부터 부평 2공장의 생산량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4일 발표했다. 부평 2공장은 말리부와 트랙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2교대 근무를 1교대 근무로 전환하거나 근무일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통상 월 단위로 생산계획을 세웠지만 당분간은 1주일마다 생산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언제 공장이 정상 가동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페어팩스, 캐나다 잉거솔, 멕시코 포토시 공장은 아예 ‘셧다운(가동중단)’을 결정했다. GM은 10일 공장 운영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부평 1공장과 창원 공장 등 다른 한국GM 공장도 감산할 가능성이 크다”며 “GM 본사가 부품 공급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여서 일부 공장은 아예 멈춰 세워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드는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아우디는 직원 1만 명 이상을 휴직시켰다. 도요타와 폭스바겐, 피아트크라이슬러, 혼다, 닛산 등도 특정 모델이나 특정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완성차업체들과 제품 가격 인상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체가 ‘갑(甲)’이 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반도체 가격이 10% 인상되면 자동차 생산 원가는 약 0.2% 오르고 자동차업체의 영업이익은 1%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車반도체 시장 급성장
자동차에는 200~400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자동차 엔진 및 변속기를 제어하는 차량제어장치(ECU) 같은 핵심 부품부터 온도나 습도를 감지하는 센서 등 종류도 다양하다. 차량 전후방 카메라, 첨단 운전 보조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차량 내 정보를 제공하는 장치), 전자열쇠, 조명, 운전대, 사이드미러 등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부품이 거의 없을 정도다.자동차 내 전자장치가 늘어나면서 필요한 반도체 수도 증가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19년 418억달러에서 2024년 655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들어 갑자기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벌어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의 영향이 크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자동차 판매가 급감할 것을 대비해 반도체 주문을 미뤘고, 그 사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들은 가전 및 정보기술(IT) 관련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회사들이 부랴부랴 반도체를 주문하기 시작했지만 파운드리업체들은 6개월치 주문을 모두 받아놓은 상태였다.
한국GM을 제외한 다른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은 2~3개월치 물량을 확보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감산해야 할 상황은 아니지만,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최근 긴급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업계는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정부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나 국내 업체와 협상해 물량을 확보해달라고 부탁하겠다는 뜻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