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넷마블도 빠진 '확률의 굴레'…게이머들 '트럭 시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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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고 형태 '컴플리트 가챠' 퍼져…멈추기 어렵고 확률도 불투명
일본은 사행성 심하다며 규제…공정위가 3년 전 제재하기도 엔씨소프트 '리니지2M'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어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넥슨·넷마블 등 다른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에도 비판이 커지고 있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뿐 아니라 넥슨·넷마블 게임에서도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들의 해묵은 불만이다.
넥슨의 대표 게임 '카트라이더'의 경우 빙고 형태의 확률형 아이템이 주된 비판 대상이다.
모바일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서 최고급 차량을 얻으려면 5×5 형태로 총 25칸인 빙고를 완성해야 한다. 빙고는 '빙고 카드'로 숫자를 뽑아서 채울 수 있는데, 빙고 카드를 1회 쓰면 25개 숫자 중 1개가 나온다.
문제는 나왔던 숫자가 또 나올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차량을 획득하려면 빙고 카드를 최대 200∼300번 소모해야 한다. 차량 1대를 구매할 때 많게는 10만원 이상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빙고 형태는 대표적인 '컴플리트 가챠'(コンプリートガチャ)다.
일본에서 온 게임 용어로, 확률형 아이템의 한 종류다. 초창기에는 캐릭터 사진을 모아 앨범을 완성하는 형태가 많았기 때문에 도감 완성형 가챠라고도 한다.
빙고 형태로도 발전했다.
컴플리트 가챠는 일본에서는 사행성이 너무 심하다고 판단해 2012년부터 업계 자율규제로 금지했고, 지난해부터는 소비자청 고시로 금지하고 있다.
컴플리트 가챠가 사행성이 심하다고 지적받는 이유는 '그만둘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카트라이더를 예로 들면 빙고 카드를 100개 써서 25칸 중 24칸을 채웠다고 가정했을 때,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진 돈을 다 썼어도 그만둘 수가 없다.
마지막 한 칸을 채우기 위해 돈을 더 충전해 컴플리트(완성)할 때까지 뽑기에 열중하게 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해서 한번 시작했는데 제대로 끝을 맺지 못하면 아쉬워하는 심리 때문"이라며 "매몰 비용이 커질수록 다시 시작하기 아까우므로 컴플리트 가챠 형태일수록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컴플리트 가챠가 또 지적받는 점은 세세한 확률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엔씨 '리니지2M'을 예로 들면, 최상급 '신화 무기'를 만들기 위해 '고대의 역사서'를 1장부터 10장까지 모아야 하는데 각각의 확률이 공개되지 않는다.
역사서 8∼10장이 가장 뽑기 어려운데, 같은 10장을 뽑더라도 1∼8장이 있을 때와 1∼9장이 있을 때 10장에 걸린 확률이 같은지 유저들은 알 수가 없다.
출시 초반 10장이 가장 뽑기 어렵다고 알려지자 한 이용자는 1∼7장 다음으로 9∼10장을 뽑고 마지막으로 8장에 도전했다.
그러자 8장을 20여번 만에 뽑을 수 있었다.
시도 한 번에 440만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장'이라는 특정 아이템이 아니라 1∼10장 중 몇 개가 남았는지에 따라 확률이 달라지도록 알고리즘이 설정돼있다는 가정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게임사들은 이런 컴플리트 가챠를 기간 한정 이벤트로 내서 빨리 구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구매자들을 압박하기도 한다. 한국 정부도 이런 컴플리트 가챠가 불공정 거래라고 판단 내린 적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넥슨이 전자상거래법을 어겼다면서 시정·공표 명령과 함께 9억3천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넥슨 '서든어택'에는 연예인 캐릭터를 16개 모아 퍼즐을 완성하면 아이템을 가질 수 있는 컴플리트 가챠가 있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퍼즐 확률이 각기 다르고 일부는 0.5∼1.5%에 불과했다"면서 "구매자는 각 퍼즐 조각의 확률이 같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넥슨이 불공정 거래를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공정위는 넷마블에도 과징금 4천500만원을 부과했다.
'모두의 마블'이 이벤트 기간에만 획득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서 실제로는 여러 번 판매한 점, '몬스터 길들이기'가 출현 확률이 0.005%에 불과한 아이템을 '1% 미만'으로 표시해 판매한 점 등이 지적됐다.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2020년 상품정보제공 고시에 넣으려고 했다가 취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같은 취지로 게임산업진흥법을 개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최근 의원 발의 형태로 게임법 전부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게임 소비자들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넥슨 '마비노기'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 투명성 제고 등 운영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말 판교 넥슨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다. 엔씨·넷마블·그라비티 등 다른 게임사들 앞에서도 이용자들이 주최한 트럭 시위가 잦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은 사행성 심하다며 규제…공정위가 3년 전 제재하기도 엔씨소프트 '리니지2M'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어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넥슨·넷마블 등 다른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에도 비판이 커지고 있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뿐 아니라 넥슨·넷마블 게임에서도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들의 해묵은 불만이다.
넥슨의 대표 게임 '카트라이더'의 경우 빙고 형태의 확률형 아이템이 주된 비판 대상이다.
모바일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서 최고급 차량을 얻으려면 5×5 형태로 총 25칸인 빙고를 완성해야 한다. 빙고는 '빙고 카드'로 숫자를 뽑아서 채울 수 있는데, 빙고 카드를 1회 쓰면 25개 숫자 중 1개가 나온다.
문제는 나왔던 숫자가 또 나올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차량을 획득하려면 빙고 카드를 최대 200∼300번 소모해야 한다. 차량 1대를 구매할 때 많게는 10만원 이상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빙고 형태는 대표적인 '컴플리트 가챠'(コンプリートガチャ)다.
일본에서 온 게임 용어로, 확률형 아이템의 한 종류다. 초창기에는 캐릭터 사진을 모아 앨범을 완성하는 형태가 많았기 때문에 도감 완성형 가챠라고도 한다.
빙고 형태로도 발전했다.
컴플리트 가챠는 일본에서는 사행성이 너무 심하다고 판단해 2012년부터 업계 자율규제로 금지했고, 지난해부터는 소비자청 고시로 금지하고 있다.
컴플리트 가챠가 사행성이 심하다고 지적받는 이유는 '그만둘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카트라이더를 예로 들면 빙고 카드를 100개 써서 25칸 중 24칸을 채웠다고 가정했을 때,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진 돈을 다 썼어도 그만둘 수가 없다.
마지막 한 칸을 채우기 위해 돈을 더 충전해 컴플리트(완성)할 때까지 뽑기에 열중하게 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해서 한번 시작했는데 제대로 끝을 맺지 못하면 아쉬워하는 심리 때문"이라며 "매몰 비용이 커질수록 다시 시작하기 아까우므로 컴플리트 가챠 형태일수록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컴플리트 가챠가 또 지적받는 점은 세세한 확률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엔씨 '리니지2M'을 예로 들면, 최상급 '신화 무기'를 만들기 위해 '고대의 역사서'를 1장부터 10장까지 모아야 하는데 각각의 확률이 공개되지 않는다.
역사서 8∼10장이 가장 뽑기 어려운데, 같은 10장을 뽑더라도 1∼8장이 있을 때와 1∼9장이 있을 때 10장에 걸린 확률이 같은지 유저들은 알 수가 없다.
출시 초반 10장이 가장 뽑기 어렵다고 알려지자 한 이용자는 1∼7장 다음으로 9∼10장을 뽑고 마지막으로 8장에 도전했다.
그러자 8장을 20여번 만에 뽑을 수 있었다.
시도 한 번에 440만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장'이라는 특정 아이템이 아니라 1∼10장 중 몇 개가 남았는지에 따라 확률이 달라지도록 알고리즘이 설정돼있다는 가정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게임사들은 이런 컴플리트 가챠를 기간 한정 이벤트로 내서 빨리 구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구매자들을 압박하기도 한다. 한국 정부도 이런 컴플리트 가챠가 불공정 거래라고 판단 내린 적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넥슨이 전자상거래법을 어겼다면서 시정·공표 명령과 함께 9억3천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넥슨 '서든어택'에는 연예인 캐릭터를 16개 모아 퍼즐을 완성하면 아이템을 가질 수 있는 컴플리트 가챠가 있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퍼즐 확률이 각기 다르고 일부는 0.5∼1.5%에 불과했다"면서 "구매자는 각 퍼즐 조각의 확률이 같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넥슨이 불공정 거래를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공정위는 넷마블에도 과징금 4천500만원을 부과했다.
'모두의 마블'이 이벤트 기간에만 획득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서 실제로는 여러 번 판매한 점, '몬스터 길들이기'가 출현 확률이 0.005%에 불과한 아이템을 '1% 미만'으로 표시해 판매한 점 등이 지적됐다.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2020년 상품정보제공 고시에 넣으려고 했다가 취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같은 취지로 게임산업진흥법을 개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최근 의원 발의 형태로 게임법 전부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게임 소비자들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넥슨 '마비노기' 이용자들은 확률형 아이템 투명성 제고 등 운영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말 판교 넥슨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였다. 엔씨·넷마블·그라비티 등 다른 게임사들 앞에서도 이용자들이 주최한 트럭 시위가 잦아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