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탄핵' 현직판사 첫 실명 비판…"누가 정치를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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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 것 외부 정치세력…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헌정사상 최초로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법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이를 두고 불거진 여러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목소리가 사법부 내부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임성근의 정파성 단정하기 어렵다…평소 소신"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선 "부적절한 처신"
해당 내용에는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고도 사실과 다르게 해명해 논란을 빚은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었다.
"사법부 신뢰 떨어지는 상황 우려…자중지란 없길"
정욱도 대구지법 부장판사는 4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지금 누가 정치를 하고 있습니까'라는 글을 올려 "법과 상식에 따라 당위를 추구하는 일에 정치적 시각을 투영시켜 입맛대로 덧칠하고 비난하는 행태가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오늘의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그는 "법관들도 때로 잘못을 저지른다. 직무 내외 어디서 저질러졌든 잘못을 밝히고 책임을 짐으로써 잘못을 고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는 법관에게도 여느 국민과 다를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욱도 부장판사는 "언론과 논지에 따라 두 분이 마치 법원 내에서 각각 어느 한 편의 정치 진영을 대표하는 양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양편의 시각들이 모두 심각하게 왜곡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정욱도 부장판사는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정치적 함의가 큰 사안에서 공방의 큰 축인 대통령(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재판 수정을 시도해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받을 만도 하다"고 평가했다.다만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서 음성적으로 드러낸 정파성이라는 맥락까지 감안하더라도 임 부장판사님의 정파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서는, 만약 명예훼손의 근거가 허위로 밝혀졌다면 설령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언행의 허위성을 적극 판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평소의 소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욱도 부장판사는 "다만 재판 독립이라는 중대한 헌법상 가치가 훼손된 면이 분명히 있고, 이에 대해 형사절차나 징계절차와 별도로 헌법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뚜렷하다"고 덧붙였다.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대법원장이 법관에 대한 탄핵 추진을 방어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안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있었지만 대법원장은 그런 자리가 아니라고 안다"고 피력했다.
그는 "탄핵이 논의되는 중에 '디폴트값'이 아닌 사직 수리로써 탄핵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이 오히려 직무상 의무나 정치적 중립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도 있고, 최근의 보도를 보면 이 점이 반려의 이유가 된 것도 같다"고 밝혔다.
다만 "사직 반려의 경위에 관하여 이런 고려를 밝히며 정정당당히 대응하는 대신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듯한 외관을 만든 점, 특히 논란이 불거진 후에 사실과 다른 해명으로 논란을 부추긴 점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법원 내외의 비판은 당사자께서 지고 가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이어 정욱도 부장판사는 "졸견으로는 면이 깎이는 한이 있더라도 가장 원칙적인 대응, 즉 진지한 반성과 함께 사실을 소상히 밝히는 조치로써 직접 논란을 수습하시는 편이 옳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끝으로 정욱도 부장판사는 "정작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위 두 분이 아니라, 내 편이 아니라고 보이는 사람을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원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는 외부의 정치 세력이라고 생각한다"며 "비록 탄핵도 비판도 정상적 정치과정의 하나이고 헌법상 보장되는 일이지만 사법부 구성원들까지 외부의 부당한 정치화에 휘말려 자중지란을 벌이는 일은 부디 없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