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불황형 흑자…경상흑자 753억달러로 전년보다 26%↑(종합2보)

12월 경상흑자 115억1만달러…8개월 연속 흑자
한은 "작년 수입은 가격요인으로 줄어…불황형 흑자는 아니다"
수출보다 수입과 해외여행 등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지난해 경상흑자 규모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2019년보다 26% 정도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752억8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596억8천만달러)보다 26.14%(156억달러) 많은 규모다.

정부(680억달러)와 한은(650억달러)의 기존 연간 흑자 전망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역대 6번째로 큰 규모의 흑자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4% 초반대 정도라고 한은은 추정했다.

상품 수출입 차이인 상품수지 흑자가 819억5천만달러로 21억4천만달러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간 수출(5천166억달러)이 2019년보다 7.2% 줄었지만, 원유 등 원자재 수입가격 하락으로 수입(4천346억6천만달러) 감소율이 8.8%로 더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출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생산 차질과 수요 위축 등의 영향으로 줄면서 2년 연속 감소했다.

다만 4분기에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로 전환하는 등 하반기 들어 수출이 회복세를 탔다.

수입도 마찬가지로 2년째 줄었다. 하반기만 따졌을 때 상품수지 흑자는 568억1천만달러 규모로, 역대 4번째로 컸다.
작년 경상수지 흑자는 수입이 더 크게 줄어서 흑자가 나는 '불황형 흑자'로도 볼 수 있다.

다만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개념적으로 보면 불황형 흑자는 내수와 국내 경기가 위축됨에 따라 수입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수출은 개선되지 않은 결과 경상수지가 흑자였을 때를 말한다"며 "그러나 작년 수입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이 크게 작용하는 등 가격 요인에 따른 감소였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작년 경상수지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크게 선방하며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담당했다"며 "올해 경상수지는 안정적 흑자 기조는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비스수지는 여전히 161억9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행·운송수지 개선과 함께 적자 폭이 1년 새 106억6천만달러나 줄었다.

여행수지(56억3천만달러 적자)는 1년 전보다 적자 폭 62억4천만달러 줄었다.

출입국자 수가 나란히 감소한 가운데 여행지급이 여행수입보다 큰 폭 감소했다.

운송수지는 21억3천만달러 흑자로, 2015년(46억5천만달러) 이후 5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수출화물 운임 상승 등으로 화물운송수지 흑자가 대폭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임금·배당·이자 흐름과 관계있는 본원소득수지 흑자(120억5천만달러)는 2019년보다 8억1천만달러 감소했다.

지난해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는 2019년(128억6천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특히 이자소득수지 규모(106억3천만달러)는 대외자산이 늘면서 역대 1위 기록을 새로 썼다.

본원소득수지와 이전소득수지를 더한 전체 소득수지는 95억2천만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지난해 771억2천만달러 불었다.

내국인의 해외직접 투자는 324억8천만달러, 외국인의 국내직접 투자는 92억2천만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주요국 증시 호조 등으로 해외 주식투자(563억3천만달러) 등을 중심으로 585억5천만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주식투자는 2007년(525억6천만달러)을 뛰어넘어 역대 가장 규모가 컸다.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 등으로 주식(-158.0억달러)은 줄었으나 채권(328억5천만달러)은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170억6천만달러 늘었다.

외국인 채권투자는 2007년(576억9천만달러)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12월만 따로 보면, 경상수지는 115억1천만달러(약 12조8천739억원) 흑자였다.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연속 흑자일 뿐 아니라, 2019년 12월의 약 2.5배 규모다.

특히 12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흑자다.

상품수지 흑자가 105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9억달러 증가했다.

수출(525억9천만달러)은 1년 전보다 10.3% 늘었다.

비대면 경제활동 관련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정보통신 기기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었다.

수입(420억9천만달러)은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자본재, 소비재 수입이 늘었으나 에너지류 가격 약세 등에 따라 원자재 수입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12월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5억3천만달러)는 1년 전보다 20억7천만달러 줄었다.

특히 여행수지 적자(5억8천만달러)가 5억7천만달러나 축소됐다.

해외 출국자 수가 2019년 12월과 비교해 96% 급감했기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 흑자(21억9천만달러)는 배당소득 감소 등으로 1년 전보다 3억7천만달러 감소했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2월 중 85억달러 늘었는데,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49억7천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25억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96억달러나 늘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47억달러 줄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