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파결집 나선 김종인,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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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재난지원금 등 민생 행보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북핵 원전 건설, 가덕도신공항 등 굵직굵직한 정치 현안에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지부진한 야권 단일화 이슈를 떨쳐내고 전통 보수층 지지를 다시 끌어오려는 ‘승부수’라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선 4차 재난지원금과 부동산 등 민생 행보에 무게를 싣는 민주당 지도부와 대조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내주 성적표 기다리는 與野 지도부
◆빨라지고 선명해진 행보
김 위원장은 5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법관 탄핵과 관련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속죄하는 최소한의 도리”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녹취록이 나오고 김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밝혀지자 곧바로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발언 수위도 높았다. 대법원장에 대해선 “법복만 걸친 정치꾼”이라고 날을 세웠고, 현 상황에 대해선 “사법부 전체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야권이 추진해 온 김 대법원장 탄핵에 대해선 깔끔하게 제동을 걸었다. “부결될 게 뻔해 김 대법원장이 자리를 유지하는 명분만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최근 들어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선명해지고 기민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9일 산업통상부의 북한 원전 건설 보고서 삭제 논란이 불거지자 본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원전 게이트 수준을 넘어 충격적 이적 행위”라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당내 PK(부산·경남)과 TK(대구·경북)로 갈린 가덕도신공항에 대해선 지난 1일엔 부산을 찾아가 “적극 지지하겠다”며 당의 입장을 확정했다. 4차 재난지원금의 선별·보편 지원이 논란이 되자 지난 3일 “(정부와 여당이) 먼저 방향을 구체적으로 확정하라”고 오히려 여당 측에 공세를 취했다. 당내에서도 “순발력 있는 정치 감각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한다”며 혀를 내두른다.◆첫 우파 결집 “선거 기본은 지지층 확보”
특히 당 안팎에선 줄곳 중도진영에 무게를 뒀던 김 위원장이 최근들어 우파 결집을 시도하고 나선 것에 주목한다. 이에 대해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사석에서 ‘선거의 기본은 확고한 지지층이 투표장에 가도록 만드는 일’이라는 얘기를 자주한다”고 전했다. 북핵 원전 보고서, 법관 탄핵 등 행보가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미다.연말 연초 야권 단일화 논의에 함몰되어가던 선거판 분위기도 싹 달라졌다. 야권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면서 우왕좌왕 했던 당 지도부와 서울·부산 시장 후보들이 이번 주 들어선 김 위원장을 전폭 지원하고 나섰다. 우려섞인 시각도 있다. 그동안 어렵게 끌어모았던 중도층이 다시 이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 민주당이 4차 재난지원금, 부동산 대책, 공매도 금지 연장 등 예산과 입법 권한을 총동원해 민생 대책을 쏟아내자 이런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울에 지역구를 가진 4선 중진 권영세 의원은 “북핵 원전 건설의혹, 법관 탄핵 등 정치현안도 중요하지만 민생도 힘을 같이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특히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 지원과 피해 계층을 집중지원하는 선별지원을 함께 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전략이다. 국민의힘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전 국민 지원 방식은 어렵다는 게 당내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지역 초선인 김웅 의원은 “선거 직전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일괄적으로 나눠주는 방안이 확정되면 후보 지지율에 최소 5% 이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성기 시절 알면서도 당한 ‘선동열 슬라이더’와 같다”고 비유했다.국민의힘 지도부의 고민은 야당이 민생행보에 나서도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와 거대 여당이 정책 수단을 모두 갖고 있어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줄곳 야당이 부동산 공급을 늘리자고 했는데 막상 정부와 여당이 대책을 발표하자 여당만 생색을 내게 생겼다”고 털어놨다.
정치권은 다음 주 쏟아질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최근 여야 정치권의 선거 전략들이 반영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갤럽, 리얼미터, NBS(전국지표조사) 등 3대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올 1월들어서 민주당 지지율은 회복되고 있고 국민의힘은 하락세로 반전됐다”며 “이런 흐름이 다음 주 어떻게 바뀔 지 양당 지도부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