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임성근 탄핵' 심리 돌입…사법농단 위헌 판단 주목

첫 재판 공개 변론으로 진행…임기 만료로 각하 가능성 높아
헌법재판소가 5일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심리에 본격 착수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 전원재판부는 전날 국회가 제출한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을 심리 중이다.

사건번호(2021헌나1)도 정식으로 부여됐다.

◇ 첫 재판 일정은 공개 변론
첫 번째 심판 일정은 공개 변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탄핵소추안을 검토한 뒤 기일을 정해 국회 측과 임 부장판사 측을 불러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헌재는 위헌법률 심판, 헌법소원, 정당해산 심판, 권한쟁의 심판, 탄핵 심판을 관장하는데 이 중 탄핵 심판은 서면으로 심리하는 헌법소원 등과 달리 반드시 변론을 거쳐야 한다.

사건 주심도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공정한 심리를 위해 주심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재판에 대한 정치 공세가 심해진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심은 토론 때 쟁점을 제시하는 역할 등을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은 재판관 9명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때문에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헌재는 법관탄핵 재판의 선례가 없고 국민적 관심이 큰 점 등을 고려해 전담 재판연구관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탄핵 심판을 포함해 사건 규모가 크거나 신속한 심리가 필요할 때 전담 TF를 운용해왔다.
◇ 각하 결정해도 위헌 여부 의견 낼 수 있어
법조계에서는 임 부장판사가 이달 28일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에서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헌법 103조가 명시한 법관의 재판 독립 의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인 만큼 헌재가 보충 의견 등을 통해 위헌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임 부장판사의 1심 재판부는 `직권 없이는 직권남용도 없다'는 법리를 들어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그의 행동을 `법관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만 법원의 결정에 구속받지 않는다.

임 부장판사의 무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헌재가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 `법관 독립성' 침해 여부가 핵심 쟁점
임 부장판사의 헌법·법률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파면 결정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도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대한 위반'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기준이 됐다.

하지만 법관은 대통령과 달리 선출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법 위반의 중대성'은 판단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임 부장판사의 탄핵 심판은 위반의 중대성보다는 헌법 103조의 위반 여부가 가장 주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제민 노희범 변호사는 "임기가 만료되면 각하될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탄핵 사유가 존재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결정문에 의견을 밝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