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삼성 첫 대졸 공채...2019년 현대차는 수시채용 시대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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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채용 70년 역사...막내리는 공채]'서류접수(3월2~14일)-서류전형 발표(4월1일)-현대차 인·적성검사 HMAT(4월10일)-HMAT 발표(4월22일)-1차 면접(4월26~5월4일)-1차 발표(5월20일)-2차 면접(5월24~27일)-2차 발표(6월17일 예정)'
삼성, 1993년 여성 대졸공채, 1995년 SSAT 첫 도입
LG,1984년 인턴십 실시...2010년 '탈스펙 채용'시대
10대그룹 가운데 삼성, 롯데,포스코 등만 공채 유지
지난 2016년 상반기 현대자동차 대졸 공채 일정이다. 서류접수부터 합격자 발표까지 약 115일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차는 수시채용의 도입으로 선발일정이 50~60일로 절반가량 단축됐다. 수시채용시대는 대졸공채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삼성 1957년 대졸공채로 27명 선발
대졸공채를 처음으로 도입한 기업은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다. 1956년 대졸 신입공채를 처음 시도한 후 이듬해 삼성그룹이 대졸 공채를 이었다.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직접 면접에 참여해 27명을 선발하기도 했다. 호암은 '호암자전'을 통해 "공채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이것이 오늘의 삼성을 만든 힘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현대건설(현 현대자동차그룹) 등은 연1~2회 대규모 공채를 이어갔다. 1980년 중반부터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대기업들은 다양한 채용을 시도했다. 럭키금성(현 LG전자)는 1984년 처음으로 인턴십을 도입했다.
이 시기 대기업들의 채용방식은 필기시험(전공,영어)와 면접이었다. 삼성은 집단면접과 토론면접으로 인재를 선발했으며, 현대,LG는 다대다 집단면접을 통해 채용했다. 대기업들의 인재상은 '협동심과 집단주의 덕목'이었고, 이를 통해 범인형 인재를 선발했다. ◆1995년 GSAT·SK종합적성검사 도입 대기업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1990년대 들어서는 채용에 다양한 방식을 도입했다. 삼성은 1993년 첫 대졸 여성공채를 실시해 139명을 선발했다. LG는 같은해 기초직무능력평가 FAST를 도입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3년 "세계 최고 수준의 채용도구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했고, 2년 연구끝에 SSAT(삼성직무적성검사)가 나왔다. SSAT는 전공 필기시험을 대체하는 수단이 됐다. SK도 같은해 SK종합적성검사를 내놨다. 이후 현대차 인적성검사(HMAT), LG 인·적성검사, 롯데 조직·직무적합도검사(L-TAB), 포스코 인·적성검사(PAT) 등 다른 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채용 검사도구를 잇따라 개발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채용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미래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공채 대신 '소수, 수시채용'으로 채용방식을 바꿨다. 그동안 대규모 그물형 인재 채용에서 '낚시형 채용 방식'으로 전환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사회가 변하면서 기업들은 창조인, 세계인, 변화인 등의 인재상을 강조했다.
◆2010년대는 '탈스펙 채용' 전성기
2000년대 들어 기업들의 채용특징은 세분화됐다. 삼성은 3학년 2학기부터 응시 가능한 인턴십 공채 실시로 우수한 인재를 선확보했다. 서류접수 단계에선 현장형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오픽(OPIc)과 토익스피킹을 잇따라 도입했다. 채용면접에서도 지원자의 지원직무와 개인적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역량면접이 대세가 됐다. 90년대까지는 신문,방송 등을 통한 채용공고였으나 캠퍼스리크루팅도 이때부터 도입됐다.2010년 기업들은 우수인재 발굴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른바 탈스펙 채용이다. 롯데는 '스펙태클'으로, SK는 '바이킹 챌린지'란 이름으로, KT는 '스타오디션'을 각각 시행했다. 현대자동차는 대규모 채용설명회인 '잡페어'를 2011년에 시작했다. 잡페어에서는 3분 스피치 코너를 둬 이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에게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주기도 했다. 삼성은 지방대생과 저소득층을 의무적으로 뽑는 열린채용을 도입했으며, 한국판 스티브 잡스를 양성하려는 계획하에 삼성SCSA(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현대차로 시작된 '수시채용 태풍'
현대차는 2019년 대졸 신입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연2회 진행하던 채용은 연간 300~400회로 늘었다. 특정 분야에 한정된 채용이어서 채용절차 또한 간소화됐다. 기존에는 현대차 인적성검사(HMAT) 실시했으나, 적성검사를 없애고 인성검사와 면접으로 대체하고 있다. 수시채용 공고는 모집부서 소개, 입사후 직무, 자격요건, 우대사항 등 공채보다 더 자세하게 공지했다. 채용주체도 인사팀(HR)이 아닌 각 사업부와 팀이 됐다. 대신 인사부는 채용전략을 수립한다든지 채용절차와 채용툴을 개발하는 전문화된 업무를 전환하고 있다.
수시채용이 뽑고자 하는 인재는 무엇보다 '직무적합성 인재'다. 지원 직무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 회사와 관련된 프로젝트, 대학시절 수강과목 등을 통해 지원자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수시채용 바람은 코로나19와 함께 더 거세져 이젠 10대그룹 가운데 삼성,롯데,포스코 정도만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