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분할 후유증 넘지 못한 현대중공업 2년 치 임단협 무산

'물적분할 위로금 없는 합의안 불충분' 의견…현장은 수용 불가 분위기
현대중공업 노사가 1년 9개월여 만에 마련한 2년 치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5일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것은 법인 분할(물적 분할) 갈등 후유증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적 분할 이후 갈등 해소 방안을 놓고 노사가 해를 두 번이나 넘기며 교섭을 끌어왔던 점을 고려할 때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요구를 충족할 만큼 충분하지 못한 것이다.

노사가 지난 3일 도출한 잠정합의안은 2019년 임금 4만6천원 인상, 2020년 기본급 동결, 성과금과 격려금 지급 등으로 요약된다.

전체 금액 인상분을 보면, 상대적으로 노사 갈등이 적었던 동종 업체들과 대동소이한데다가 분할 위로금이 포함되지 않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 분위기다. 특히, 이번 잠정합의안이 그동안 지속했던 물적분할 갈등을 봉합하는 의미가 컸던 만큼, 위로금 지급을 바라는 조합원들이 적지 않았다.

실제 노조 게시판에는 잠정 합의 직후부터 투표 전까지 분할 위로금을 언급하며 부결을 하자고 주장하는 글이 지속해서 올라왔다.

물적 분할 반대 투쟁 과정에서 파업에 지속해서 참가했다가 감봉, 출근 정지 등 징계를 받은 1천400여 명에 대한 '서류상 징계'가 유지되는 것도 부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1천400여 명은 전체 조합원 7천400여 명의 20%에 가까운 인원이다.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이들에 대한 각종 성과금과 연월차 상 불이익을 없애기로 했으나, 인사 시스템에 입력된 '징계자' 처분 자체를 되돌리는 데는 합의하지 못했다.

현장 노동자 단체·조직은 "징계 철회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며 부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장기간 투쟁한 것에 비해 교섭 결과가 부족하다고 조합원들이 판단한 것 같다"며 "현 집행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사는 설 연휴 전 타결을 목표로 이번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부결되면서 다시 장기화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노사 모두 이번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서로 상당 부분 양보했다는 입장이라서 2차 잠정합의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노사는 2019년 5월 31일 회사 법인 분할(물적 분할) 과정에서 충돌했고, 이 갈등이 임금 교섭에서도 영향을 줘 첫 잠정합의안이 나오기까지 1년 9개월이 걸렸으나, 5일 조합원 투표에서 58% 반대로 부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