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기재부만 옳다는 판단 버려야"…洪 "재정당국 시각도 존중을"
입력
수정
지면A4
대정부 질문서 또 충돌여야가 바뀐 느낌이었다. 대정부 질문에서 여당 의원들은 답변에 나선 국무위원들과 부드러운 관계를 보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만은 예외였다. “홍 부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타격을 알지 못한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시종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고 맞섰다.
與 "발상 바꿔 대담한 결단 필요
나랏돈 화끈하게 더 풀라" 요구
洪 "적극적 역할 이미 실천 중"
무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 시사
다만 홍 부총리는 여당이 추진하는 사회연대기금 조성에 대해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일 홍남기 때리는 여권
이 같은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는 이날 대정부 질문에 앞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감지됐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 재정정책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며 “위기엔 위기답게 재정의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홍 부총리는 기재부 판단만 옳다는 자기 확신을 절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양향자 최고위원도 “대한민국 경제수장이 당정회의라는 회의체를 무시했다”며 “SNS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세련되지도, 정무적이지도 않다”고 꼬집었다.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여당은 물론 친여 성향의 열린민주당까지 나서 홍 부총리에 대한 질타를 이어갔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부총리가 자영업 손실 보상을 얘기한 총리에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여당 대표 얘기에 또 다른 말을 하는 등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 국민 보편 지원과 소상공인 등 선별 지원을 동시에 하는 방향으로 4차 재난지원금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홍 부총리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안”이라고 반대한 것과 관련해서다.
홍 부총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잇따른 비판에 “지금까지 재정이 소홀한 것처럼 말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지난해 59년 만에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 확대 노력을 충분히 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보다 나랏빚이 적은데 재정건전성에 너무 신경 쓴다”는 비판에도 “재정 지원과 금융 지원을 합친 코로나19 정부 지원 규모는 주요 20개국(G20) 중 10위로 낮지 않다”고 했다.
“사회연대기금 참여 기업에 세혜택 검토”
홍 부총리는 사회연대기금에 대해서는 “기업의 참여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면 찬성한다”고 말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사회연대기금은 기업의 기부를 받아 어려운 계층을 지원하자는 정책이다. 홍 부총리는 “연대기금에 기여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청년 등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부동산 투기 수요는 철저히 막겠지만 무주택자와 청년, 신혼부부는 대출의 폭을 높이고 금리를 낮춘다든지 불필요한 규제가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택 양도세 완화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다주택자나 단타 거래자를 대상으로 한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증권투자 제도와 관련해선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사전지정 운용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디폴트 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일정 기간 적립금에 운용 지시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사전에 지정한 적격 연금상품을 자동으로 편입하는 제도다.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 논란을 거치며 기재부 내부 사기가 떨어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서 사기 진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