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일본] 교사 확보 비상…"59세도 응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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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초등교사 경쟁률 역대 최저…1.4대 1 기록하기도
교내 근무 하루 11시간 넘겨…'교육 수준 하락' 우려도 일본은 교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공립 초중고 교원 채용 시험 응시자가 매년 감소하고 경쟁률이 떨어지면서 교육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작년에 실시한 공립 초등학교 교원 선발 시험에서 전국 평균 경쟁률이 2.7대 1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을 계기로 위기감이 고조하고 있다. 2011년에는 4.5대 1이었는데 9년 사이에 경쟁률이 반토막 난 것이다. 경쟁률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데 가장 낮은 곳은 사가(佐賀)현과 나가사키(長崎)현으로 양쪽 모두 1.4대 1을 기록했다.
인구 감소 혹은 교원을 양성하는 대학 정원이 줄어든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고 당국에 질의했더니 "교원 관련 학과의 정원이 그렇게 줄지는 않았다"(문부과학성 관계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교육 현장의 세대교체와 교사 수요가 급증이 초등 교원 경쟁률이 떨어진 표면적인 이유다. 최근 수년 사이에 정년 퇴직자 등이 많았고 일본 정부가 2021학년도부터 초등학교 학급당 정원을 35명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어 교사 채용이 확대하는 양상이다. 또 장애 아동 등의 학습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설치하는 특별지원학급이 증가하면서 필요한 교원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교사 수요 증가만으로 경쟁률 하락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취업 시장에서 교사의 인기가 하락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립 중·고교 교원 채용시험 응시자 수 및 경쟁률 변화에서 이런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중학교 교원은 2011년 8천68명 모집에 6만3천125명이 지원했는데, 작년에는 9천132명 선발에 4만5천763명이 도전했다.
경쟁률은 7.8대 1에서 5.0대 1로 떨어졌다. 고교 교원 선발 시험에서는 2011년 4천904명 모집에 3만7천629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7.7대 1이었다.
작년에는 4천413명을 뽑는데 응시자가 2만6천895명에 그쳐 경쟁률이 6.1로 떨어졌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원 선발 인원이 늘어난 것이 경쟁률 하락의 한 원인이지만 중고교의 경우 채용 인원에는 별 변화가 없는데 지원자가 줄어 경쟁률이 떨어졌다.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교원 양성 경로의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교사는 교직 과정을 설치한 이른바 교원양성대학을 통해 육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학 때 어느 정도 진로가 확정되므로 인력 확보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반면 중학교나 고교는 교원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학부에 다니지 않더라도 교과별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학부나 공학부 등에 재학하면서 수학 교사 면허를 취득해 교직으로 진출할 수 있다. 초등 교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있는 이들이 미래의 중고교 교사 후보군인 셈이다.
바꿔 말하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계와 민간이 경합하는 구도로도 볼 수 있다.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중고교 교원의 공급은 초등 교원보다 민간 (일자리) 상황에 더 좌우되며 (교원의) 노동환경에 관한 인식이 영향을 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교사가 될 잠재력이 있는 졸업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택하면서 중고교 교원 임용 시험 경쟁률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까지 일본에서는 민간 기업의 채용이 크게 늘고 급여 등 조건이 상당히 개선했다.
교사가 장래 희망 직업 상위권을 기록하는 한국 상황을 생각하면 교직이 인기가 없다는 것은 상당히 낯설다.
문부과학성이 실시한 교원 근무실태조사를 보면 교사의 업무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중학교 평교사의 평일 하루 근무 시간은 2006년 조사에서는 11시간이었는데 2016년 조사에서는 32분 늘어난 11시간 32분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의 공식 근무 시간은 오전 8시 15분∼오후 4시 45분으로 정해져 있지만 2016년 조사에서 양쪽 모두 하루에 11시간 넘게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일감을 집으로 가져가 처리한 시간을 빼고 학교에서 일한 시간만 조사한 것이다.
연간 유급 휴가 사용 일수는 초등학교 교원이 11.6일, 중학교 교원이 8.8일에 그쳤다.
본 수업 외에도 과제물 확인, 수업 준비, 전화 상담, 직원회의, 기획 운영위원회, 학내 연수, 교과부회, PTA(Parent-Teacher Association, 교사와 학부모로 구성된 협의체) 관련 업무, 서류 작업, 학교 물품 주문, 학생 생활 지도, 성적 처리, 체육·문화 활동(일명 '부카쓰'<部活>) 지도 등 많은 일이 교사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교사 채용이 정원 미달 수준으로 심각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국은 교사의 인기가 떨어지면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교육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꽤 의식하는 분위기다.
사가현 교육위원회 관계자에게 경쟁률 하락으로 곤란한 상황이냐고 물었더니 "응시자들이 모두 우수하다고 믿고는 있다"면서도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률이 좀 더 높아야 하지 않나'하는 시각도 있다"고 반응했다. 각 지역 교육위원회는 교사 확보를 위해 이런저런 방안을 시도 중이다.
사가현은 연령 제한을 사실상 폐지했다.
39세까지로 제한했던 교원 채용 응시 자격을 2017년부터 49세로 낮췄고 작년 시험부터는 59세로 낮췄다.
교원의 정년이 60세인 점을 고려하면 가용 기간이 1년 정도에 불과한 이들에게도 기회를 준 셈이다.
작년에는 50대 40명이 원서를 제출했다.
이색 경력자에 대한 가점 제도나 전형 일부 면제 등으로 선발 방식을 다원화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사가현 공립학교 교원 채용 시험 경쟁률은 2019년에는 3.1대 1이었는데 작년에 2.7대 1로 떨어졌다.
초등 교원은 1.6대 1에서 1.4대 1로 떨어져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교원) 면허를 더 취득하기 쉽도록 제도를 개선하거나 노동환경을 개선하도록 학교의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고 교직의 매력을 향상하도록 홍보를 강화한다"고 대책을 설명했다.
기자의 눈에는 교육 현장 역시 일본 사회가 직면한 행정의 비효율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해묵은 구조를 변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교내 근무 하루 11시간 넘겨…'교육 수준 하락' 우려도 일본은 교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공립 초중고 교원 채용 시험 응시자가 매년 감소하고 경쟁률이 떨어지면서 교육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작년에 실시한 공립 초등학교 교원 선발 시험에서 전국 평균 경쟁률이 2.7대 1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을 계기로 위기감이 고조하고 있다. 2011년에는 4.5대 1이었는데 9년 사이에 경쟁률이 반토막 난 것이다. 경쟁률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데 가장 낮은 곳은 사가(佐賀)현과 나가사키(長崎)현으로 양쪽 모두 1.4대 1을 기록했다.
인구 감소 혹은 교원을 양성하는 대학 정원이 줄어든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고 당국에 질의했더니 "교원 관련 학과의 정원이 그렇게 줄지는 않았다"(문부과학성 관계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교육 현장의 세대교체와 교사 수요가 급증이 초등 교원 경쟁률이 떨어진 표면적인 이유다. 최근 수년 사이에 정년 퇴직자 등이 많았고 일본 정부가 2021학년도부터 초등학교 학급당 정원을 35명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어 교사 채용이 확대하는 양상이다. 또 장애 아동 등의 학습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설치하는 특별지원학급이 증가하면서 필요한 교원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교사 수요 증가만으로 경쟁률 하락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취업 시장에서 교사의 인기가 하락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립 중·고교 교원 채용시험 응시자 수 및 경쟁률 변화에서 이런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중학교 교원은 2011년 8천68명 모집에 6만3천125명이 지원했는데, 작년에는 9천132명 선발에 4만5천763명이 도전했다.
경쟁률은 7.8대 1에서 5.0대 1로 떨어졌다. 고교 교원 선발 시험에서는 2011년 4천904명 모집에 3만7천629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7.7대 1이었다.
작년에는 4천413명을 뽑는데 응시자가 2만6천895명에 그쳐 경쟁률이 6.1로 떨어졌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원 선발 인원이 늘어난 것이 경쟁률 하락의 한 원인이지만 중고교의 경우 채용 인원에는 별 변화가 없는데 지원자가 줄어 경쟁률이 떨어졌다.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교원 양성 경로의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교사는 교직 과정을 설치한 이른바 교원양성대학을 통해 육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학 때 어느 정도 진로가 확정되므로 인력 확보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반면 중학교나 고교는 교원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학부에 다니지 않더라도 교과별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학부나 공학부 등에 재학하면서 수학 교사 면허를 취득해 교직으로 진출할 수 있다. 초등 교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있는 이들이 미래의 중고교 교사 후보군인 셈이다.
바꿔 말하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계와 민간이 경합하는 구도로도 볼 수 있다.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중고교 교원의 공급은 초등 교원보다 민간 (일자리) 상황에 더 좌우되며 (교원의) 노동환경에 관한 인식이 영향을 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교사가 될 잠재력이 있는 졸업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택하면서 중고교 교원 임용 시험 경쟁률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까지 일본에서는 민간 기업의 채용이 크게 늘고 급여 등 조건이 상당히 개선했다.
교사가 장래 희망 직업 상위권을 기록하는 한국 상황을 생각하면 교직이 인기가 없다는 것은 상당히 낯설다.
문부과학성이 실시한 교원 근무실태조사를 보면 교사의 업무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중학교 평교사의 평일 하루 근무 시간은 2006년 조사에서는 11시간이었는데 2016년 조사에서는 32분 늘어난 11시간 32분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의 공식 근무 시간은 오전 8시 15분∼오후 4시 45분으로 정해져 있지만 2016년 조사에서 양쪽 모두 하루에 11시간 넘게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일감을 집으로 가져가 처리한 시간을 빼고 학교에서 일한 시간만 조사한 것이다.
연간 유급 휴가 사용 일수는 초등학교 교원이 11.6일, 중학교 교원이 8.8일에 그쳤다.
본 수업 외에도 과제물 확인, 수업 준비, 전화 상담, 직원회의, 기획 운영위원회, 학내 연수, 교과부회, PTA(Parent-Teacher Association, 교사와 학부모로 구성된 협의체) 관련 업무, 서류 작업, 학교 물품 주문, 학생 생활 지도, 성적 처리, 체육·문화 활동(일명 '부카쓰'<部活>) 지도 등 많은 일이 교사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교사 채용이 정원 미달 수준으로 심각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국은 교사의 인기가 떨어지면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교육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꽤 의식하는 분위기다.
사가현 교육위원회 관계자에게 경쟁률 하락으로 곤란한 상황이냐고 물었더니 "응시자들이 모두 우수하다고 믿고는 있다"면서도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률이 좀 더 높아야 하지 않나'하는 시각도 있다"고 반응했다. 각 지역 교육위원회는 교사 확보를 위해 이런저런 방안을 시도 중이다.
사가현은 연령 제한을 사실상 폐지했다.
39세까지로 제한했던 교원 채용 응시 자격을 2017년부터 49세로 낮췄고 작년 시험부터는 59세로 낮췄다.
교원의 정년이 60세인 점을 고려하면 가용 기간이 1년 정도에 불과한 이들에게도 기회를 준 셈이다.
작년에는 50대 40명이 원서를 제출했다.
이색 경력자에 대한 가점 제도나 전형 일부 면제 등으로 선발 방식을 다원화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사가현 공립학교 교원 채용 시험 경쟁률은 2019년에는 3.1대 1이었는데 작년에 2.7대 1로 떨어졌다.
초등 교원은 1.6대 1에서 1.4대 1로 떨어져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교원) 면허를 더 취득하기 쉽도록 제도를 개선하거나 노동환경을 개선하도록 학교의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고 교직의 매력을 향상하도록 홍보를 강화한다"고 대책을 설명했다.
기자의 눈에는 교육 현장 역시 일본 사회가 직면한 행정의 비효율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해묵은 구조를 변혁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