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매직 1조 클럽 가입’을 이끈 마케팅은

김필중 SK매직 마케팅본부장/사진=SK매직
‘200만 계정 달성, 매출 1조원 돌파’
렌털·생활가전 기업인 SK매직의 지난해 성과다.

SK매직은 ‘마(魔)의 벽’으로 여겨지던 렌털 계정 수 200만을 돌파했다. 업계 1위 코웨이 다음이다. 여기에 매출 1조원을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대형 렌털기업으로 자리잡았다.옛 동양매직이었던 SK매직은 2016년 11월 SK그룹에 인수된 후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섰다. 3단 케어 기능을 지원하는 ‘트리플 식기세척기’,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발생하는 생활먼지를 감지해 제거하는 ‘모션감지 케어 공기청정기’ 등 기존에 없던 제품들을 선보였다. 한편으로는 자체 라이브커머스 출시, 식기세척기 세제 정기배송 서비스 등 업계에서 하지 않던 시도들을 했다.

SK매직 마케팅본부는 2019년 1월부터 김필중 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1991년 SK에 입사한 김 본부장은 SK네트웍스에서 리테일·고객사업부장을 거쳐 SK매직 마케팅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마케팅 통’이다.

Q: 지난해 실적을 견인한 마케팅 노하우는?

A: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읽는 것이다.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변화를 살펴가며 제품의 USP(유니크 셀링 포인트)를 살린다. 렌털 겸 가전기업이다 보니 MOT(Moment Of Truth·일상 생활공간을 파고드는 마케팅기법)가 중요하다.

일상적이며 보편적인 가전인 공기청정기, 정수기, 식기세척기 사이에서 SK매직 제품이 선택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끊임없이 찾는다. 차별화한 제품, 편리한 기능, 세련된 디자인, 고객 중심 렌털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이 우리의 모토다.

Q: 지난해 히트한 제품은?

A: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관리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을 눈여겨 봤다. 이에 따라 방문 관리 없이 완벽한 케어가 가능한 ‘스스로 직수정수기’를 선보여 언택트 렌털시장을 선점했다.

식기세척기도 세척만을 강조하던 기존 개념에서 벗어나 건조와 위생적인 보관 기능까지 갖춘 트리플케어 식기세척기를 내놓아 이 분야 선두주자에 올라섰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건강과 위생이 중요해지면서 지난해 출시한 올클린공기청정기도 선방 중이다. 기본은 집안 먼지를 제거하는 공기청정기지만, 제품 자체에 먼지가 쌓이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팬과 토출부의 손쉬운 분리·세척을 가능케 한 제품이다.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 공기 살균으로 바이러스까지 제거하는 공기청정기를 곧 출시한다.
SK매직 정수기와 공기청정기/사진=SK매직

Q: SK매직 마케팅본부만의 특별한 시도는

A: 우선 늘어나는 온라인 고객을 겨냥해 지난해 매직몰(SK매직 자사몰)에서 자체 라이브커머스를 업계 최초로 진행했다. 이를 통해 식기세척기를 3분에 1대씩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렌털기업 사이에서는 기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트렌드였는데, SK매직은 아예 자체 플랫폼을 기획해 수수료를 절감하고 자사몰 유입 고객을 끌어올리는 효과까지 봤다.

지난해 10월에는 업계 최초로 ‘식기세척기 세제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SK매직 제품 이용여부와 무관하게 식기세척기 세제만을 정기구독 방식으로 매달 보내주는 서비스다.

중장기적으로 외부고객을 유입시키는 마케팅 효과를 노렸다. 기존 렌털기업이 자사고객 대상으로 진행하던 다양한 형태의 정기배송 서비스에서 생각의 전환을 시도한 경우다.

기업과 고객이 윈윈하는 이상적인 마케팅 사례라는 업계 평가를 받았다. 정기구독이 갈수록 주목받는 사업분야인 만큼 향후 시장 분위기에 맞춰 서비스 항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Q: SK매직의 주요 고객은

A: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주방·생활가전에 관심을 높이는 30~40대 주부가 주요 타깃이다. 다만 1인 가구, 신혼 부부, 실버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고객을 고려한 제품도 꾸준하게 기획하고 있다.

Q: 렌털·가전업계 소비자들의 특성은

A: 최근 가전업계 소비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가치 소비’를 한다는 점이다. 생활 속에서 확실한 만족과 가치를 주는 제품을 선호한다.

아울러 디자인을 중시하는 고객, 차별화된 기능과 브랜드를 우선으로 하는 고객, 가성비를 우선으로 하는 고객 등 소비 성향 및 패턴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Q: 올해 과제와 목표는

A: 코로나19 장기화로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마케팅 방향을 잡는 일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판매채널에 대한 고민이 크다. 라이브커머스, 온라인마켓 등 새로운 채널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고객 니즈를 어떻게 수용할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새 비즈니스 모델도 발굴 중이다. 현재의 가치를 견고히 하되, 시대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형태의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 우리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다.


Q: 가전제품 마케터로서 가장 중시하는 요인은

A: 유사제품과의 차별화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세탁기가 시장에 너무 흔하다보니 아주 작은 것조차 타사와 차별·컨셉화하는 역량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 Interviewer 한 마디

“고객의 시각에서 Pain Point(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필중 본부장의 마케팅 철학이다.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라 대면형 렌털서비스를 꺼리는 고객들을 위한 자가관리 정수기, 식기세척기를 이용한 후 축축해진 그릇 보관을 난처해하는 소비자를 고려한 건조·관리기능 탑재 식기세척기는 이렇게 나왔다.

김 본부장은 SK매직 마케팅본부의 원칙이 ‘고객과 현장’에 있다고 했다. 가전 제조기업이면서 렌털서비스 기업인 특이한 포지션에 있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큼이나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김 본부장을 비롯한 SK매직 마케팅본부의 가장 큰 강점은 고객의 작은 니즈조차 외면하지 않고 상품에 반영하는 힘이다. 지난해 달성한 200만 계정, 1조원 클럽 가입이라는 실적은 이같은 노력의 결과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