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휴일 검사장급 인사 전격발표…윤석열 몰랐다

`인사 협의' 동상이몽…"총장 의견 들었다"vs"총장 패싱"
인사 이후 검찰개혁 방향 놓고 `朴-尹 갈등' 불거질 수도
법무부가 휴일인 7일 대검찰청에 사전 통보 없이 검사장급 인사를 전격 발표했다.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인사안을 구체적으로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인사를 발표했다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고, 법무부는 검찰 조직안정을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 법무부, 휴일 인사 발표…대검, 통보 못 받아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검사장급 인사 발표 계획이 처음 알려진 건 낮 12시 20분께. 그로부터 한 시간 뒤 오후 1시 30분께 인사안이 발표됐다.

대검 측은 이날 인사 발표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다.법무부는 인사 발표 직전 대검 측에 확정된 인사안을 전달하려 했지만, 대검 측은 이미 완성된 안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인사안이 확정되기 전에 인사 초안이나 인사 발표 계획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는 이번 주 초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법무부 측은 예고 없는 인사 발표에 대해 "인사가 늦어지는 것은 검찰 조직의 안정이라는 인사 취지를 해할 우려가 있어서 인사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법무부-대검 `인사 협의' 놓고 시각차…갈등 조짐
법무부는 이날 인사를 발표하며 "인사에 관한 검찰총장 의견청취 절차를 실질화했다"며 "장관이 2차례에 걸쳐 총장을 직접 만나 구체적인 의견을 듣고 그 취지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인사에 앞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한 검찰법상 절차를 지켰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 총장 측은 법무부가 문서로 개별 인사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검사장 인사를 기습적으로 확정·발표한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일과 5일 윤 총장을 2차례 만났지만 이 자리에선 주로 인사 기준과 원칙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측은 이후 법무부가 구체적인 인사안을 문서로 보내오면 의견을 피력할 계획이었다.

윤 총장 측 한 인사는 "전체 인사 규모, 어떤 인사를 어디로 보내는지 등 최종 인사안을 보내지도 않고 무슨 의견을 다 들었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형식적 의견 청취이지 사실상 `총장 패싱'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장관이 검찰총장을 두 번 만났다는 형식보다는 검찰총장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등 내용이 중요하다"며 "검찰총장을 건너뛴 기습 인사 발표는 추미애 장관 때보다 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 발표로 향후 법무부와 대검 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인사 포인트 `이성윤·이두봉 유임·심재철 전보'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이 검찰청법의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 청취' 조항을 좁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예견된 수순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청법 34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하도록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분명히 의견을 듣는다고 돼 있으니 법대로 충실히 하겠다는 생각"이라면서도 "검찰청법의 입법 취지나 운영의 관행을 다 포함해 보면 `협의'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의 발언은 윤 총장의 의견을 듣겠지만 최종 인사는 윤 총장의 의견에 구속받지 않고 재량껏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혔다.

특히 이날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두봉 대전지검장의 유임,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전보 조치는 박 장관이 상당히 고심해 내놓은 `타협책'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전지검은 최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지난 8월 검찰 대표 요직인 검찰국장에 임명됐다가 반년 만에 자리를 옮기는 된 심 국장은 `추미애 라인' 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