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 타고…한국도 '연금 백만장자' 나오나

美 퇴직연금 '401k' 가입자
40%가 주식형펀드에 투자
매년 짭짤한 수익률 안겨줘

당·정 디폴트 옵션 한목소리
"운용사에 맡겨 공격적 투자"
투자 중심 퇴직연금제도가 정착된 미국에선 ‘연금 백만장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주가가 꾸준히 상승한 덕에 연금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한 이들이 많은 수익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미국에서 100만달러(약 11억2000만원) 이상 연금계좌를 보유한 가입자 수는 26만2000명에 달한다. 전년 대비 17% 늘었다. 미국은 한국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비슷한 ‘401k’ 제도를 1981년부터 운용하고 있다. 401k라는 이름은 미국 내국세입법 401조 k항 규정에서 유래됐다. 자산 규모는 6조4000억달러까지 늘었다. 401k는 직장인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물론 주식시장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401k 가입자 가운데 40%가량은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수익률 1%대의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80%가 몰려 있는 한국과 다르다.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의 비중을 조절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 투자자도 전체 가입자의 20%를 넘는다. 특히 20대는 연금 투자자산의 50%가량을 TDF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도 연금을 통한 투자가 활발하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따르면 호주 퇴직연금 제도인 ‘슈퍼애뉴에이션’은 각각 20% 넘는 자금을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대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60세까지 자금을 인출할 수 없도록 해 연금을 통한 장기 분산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퇴직연금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한국도 디폴트옵션(사전지정 운용제) 도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정한 운용사가 주식형 펀드 등에 알아서 투자해주는 방식이다. 주식 열풍으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그간 원금 손실 우려 탓에 지지부진했던 관련 논의를 진전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한목소리로 디폴트옵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다. DC형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아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제도적 지원을 통해 수익률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도 도입을 두고 금융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