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난지원금·기본소득에 쏟아진 학계 우려, 정부 듣고 있나

거대 여당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한 재난지원금·기본소득제·지역화폐 정책을 두고 ‘2021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여러 우려가 쏟아졌다. 참석 학자들은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보편 지원보다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발표 논문의 다수가 재난지원금 중 소비된 돈의 비중(한계소비성향)은 지급된 돈의 20~30% 선에 그쳤다고 분석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분석한 ‘전 국민 1차 재난지원금’의 한계소비성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26.2~36.1%, 고강혁 고려대 교수팀 24.0%, 이철희 서울대 교수팀 38.4%에 불과했다.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싱크탱크 격인 경기개발원 분석에서도 29.1%에 머물렀다. 나머지 70% 정도는 저축이나 부채상환 등에 쓰여 14조300억원의 막대한 투입 재원에 비해 소비 진작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소비 효과를 높게 본 연구도 있지만 ‘과대평가’라는 반박에 직면했다.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이우진 고려대 교수팀은 한계소비성향을 65.4~78.2%로 높게 봤다. 하지만 분석 대상인 작년 5월이 코로나19 확산세가 크게 꺾이고 소비심리가 꿈틀한 시기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동료 학자들의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저소득층에서 소비 진작 효과가 더 컸다”며 선별 지급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기본소득제 지역화폐 등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본소득제는 기대와 달리 소득불평등을 되레 심화시킬 것이란 분석이 제시됐다.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올리면 생산 등 거시경제지표가 급격히 악화할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지역화폐 발행 역시 “도·소매, 음식·주점업 등 소비산업의 고용 증대로 연결되지 않았다”며 경제적 파급 효과를 유발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나랏돈을 화끈하게 더 풀라”며 정치권이 연일 재정당국을 압박 중인 상황에서 경고가 나온 점도 주목 대상이다. 거대 여당은 4월 보궐선거 전에 대규모 ‘보편+선별 재난지원금’ 지급을 끝내야 한다며 ‘비협조적’인 경제부총리의 사퇴까지 거론하고 있다. 여당의 폭주를 막아야 할 야당 역시 유권자 눈치를 보며 갈팡질팡 중이다. 여야는 표 계산에 앞서 경제학계 최대 행사에서 터져 나온 전문가들의 우려부터 챙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