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충돌 계속되자…홍남기 달래기 나선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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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재정 감당할 수 있는 범위서문재인 대통령이 8일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해서는 “정부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 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위기극복 방안 강구
부총리 중심으로 위기 잘 대처"
洪 "피해 계층 추가지원 검토"
4차 지원금 선별지급 의지 재확인
당정협의는 연이어 취소
4차 재난지원금과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둘러싼 여당과 기재부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재정당국인 ‘기재부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재정 감당 범위’ 언급한 文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은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한 경제 면모를 보여줬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경제체제를 가동하며 전례없는 정책적 수단으로 경제 위기에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한 결과”라고 말했다.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는 “이토록 오랫동안 자영업자들의 영업을 제한한 적이 없었다. 위기도, 대응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길”이라며 “정부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 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은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4차 재난지원금과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두고 기재부가 반기를 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재정당국 달래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다만 문 대통령은 선별지급이냐 보편지급이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연일 20조원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작년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투입된 예산은 14조3000억원이다. 이후 선별 지원에 약 5조6000억~7조6000억원이 소요된 것을 고려하면 ‘보편+선별지원’에는 최소 20조원, 많게는 3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당은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법제화하자는 주장도 거듭하고 있다.반면 재정당국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추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100% 적자국채로 추경을 편성해야 해서다. 지난 5일 홍 부총리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다른 국가보다는 좋다지만 올해 47%, 내년 50%를 넘는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두터운 선별 지원’을 주장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열린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도 “피해가 심해지는 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 사각지대에 대한 보강 지원 등을 점검하고 검토하라”고 말했다. 선별적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검토를 공식화한 것이란 해석이다.
당정 갈등 해소될지는 미지수
여당은 연일 4차 재난지원금과 자영업자 손실보상제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하지만 당정 간 얼굴을 마주하기조차 편치 않은 상황이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기재부 관계자들은 오전 11시부터 한국수출입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4차 재난지원금과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논의하는 비공개 당정협의를 열기로 했다가 한 시간 전 돌연 취소했다. 이 회의에는 홍 부총리도 참석할 예정이었다.기재부 관계자는 “회의 한 시간 전쯤 의원들 일정 등의 문제로 회의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정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에서는 4차 재난지원금이 회의 안건이라는 사실조차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시국회 전 경제동향 논의’를 위한 자리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하루 전날인 7일 고위당정협의도 정세균 국무총리의 지방 일정을 이유로 취소됐다. 당 일각에서는 당정 간 ‘냉각기’를 갖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구은서/강영연/김소현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