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매년 1~2개 신약…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할 것"

신약개발 총괄 오세웅 연구소장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탄력
바이오벤처와 협업 지속 확대

블록버스터 신약 후보는 NASH
출시땐 수십조원 시장 선점
“유한양행의 연구개발(R&D) 전략인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매년 1~2개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세웅 유한양행 연구소장은 8일 기자와 만나 “머지않은 시기에 제2, 제3의 ‘렉라자’가 나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소장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1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개발을 지휘하는 등 유한양행의 신약 개발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3년 전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바이오테크에 1조4000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한 렉라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에 도전하는 국내 첫 치료제다.오 소장은 렉라자를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R&D 투자 확대와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불리는 바이오 벤처들과의 적극적인 협업 전략을 꼽았다. 그는 “2012년 471억원에 불과했던 R&D 투자금액은 지난해 2200억원으로 네 배 이상 확대됐다”며 “올해 투자금액은 사상 최대였던 작년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오 소장은 “적극적인 R&D 투자 덕분에 유한양행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 수는 30여 개로 늘었다”며 “매년 1~2개 신약 후보물질을 전임상 또는 임상1상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2의 렉라자’ 후보로 올해 임상 1상에 들어가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를 꼽았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8억7000만달러(약 1조53억원)에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로 꼽힌다. 이 역시 국내 바이오기업인 제넥신의 약효지속 기술(HyFc)을 접목해 가치를 끌어올린 오픈 이노베이션의 산물이다.

오 소장은 “현재 세계적으로 이렇다 할 NASH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라며 “유한양행이 내놓으면 수십조원으로 추정되는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렉라자의 몸집을 불리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이 제품을 1차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얀센과 진행 중이다. 오 소장은 “임상 결과 1차 치료제로 허가받으면 처방 대상자 수가 단숨에 세 배로 늘어난다”며 “렉라자의 판매량이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한양행이 향후 강화할 분야에 대해 “항암제와 NASH 외에 중추신경계질환(CNS) 치료제와 섬유증 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리보핵산(RNA)과 단백질 분해기술인 프로탁(PROTAC)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김우섭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