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가속하는 K팝 새판짜기…격전장은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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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둘러싼 대형기획사-IT기업 합종연횡…비대면 콘텐츠 다각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K팝 업계 구도에도 굵직한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K팝 팬덤이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공연 대신 비대면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팬덤 비즈니스가 만개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을 고리로 대형 기획사와 IT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새판짜기' 속에서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도 가속할 수 있다. K팝 산업이 콘텐츠 다각화에 몰두하면서 아이돌을 소재로 한 지나친 상품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확장성 높은 아이돌 산업…판 커지는 K팝
지난해부터 K팝 업계에는 대형 기획사들 간, 그리고 기획사와 IT기업 간 협업이 잇따르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으로 국내 최대 기획사로 성장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를 양수, 자사의 팬 플랫폼 위버스와 통합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고 블랙핑크를 보유한 YG엔터테인먼트와도 협력관계를 맺었다. 새로운 K팝 플랫폼 '유니버스'를 최근 출시한 엔씨소프트는 CJ ENM과 손을 잡고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 운영사를 함께 설립했다.
'비욘드 라이브' 사업에는 네이버의 투자도 이뤄졌다. 이처럼 K팝 산업의 '판'이 커지는 것은 팬덤 비즈니스의 확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팬데믹으로 공연 시장은 중단됐지만 대신 아이돌 IP(지식재산)를 활용한 각종 파생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음원과 온라인 공연을 넘어 아이돌 캐릭터와 아바타, 게임, 다큐멘터리 등 2·3차 콘텐츠가 활발히 제작되는 추세다.
지난해 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콘텐츠산업 2020년 결산과 2021년 전망' 세미나에서 FNC엔터테인먼트 유순호 부장은 "코로나19는 미래 K팝이 나아가야 할 콘텐츠와 기술의 진보를 앞당긴 역설적인 영향을 가져왔다"고 짚은 바 있다.
K팝은 현재 전세계 Z세대에게 주목받는 문화로, 소비층이 확장될 여지도 많다.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팬덤을 아우르기 때문에 시장 규모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크다"며 "지금 대기업들이 팬덤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과거 디지털 음원 시장에 들어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양한 K팝 콘텐츠를 글로벌 팬덤에 유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김 연구위원은 "엔터 업계와 IT업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라며 "예전에는 수익모델이 음원 시장 등으로 단순했지만 지금은 팬덤 시장이 워낙 커지고 기획사들도 자신들의 콘텐츠를 직접 유통하려다 보니 IT업계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대형 기획사와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업계 재편이 가속할수록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획사들은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변화하는 K팝 수익구조…소통 콘텐츠까지 유료화
이처럼 아이돌 IP의 확장성이 중요해지면서 K팝 업계 수익구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아티스트의 '모든 것'이 유료 콘텐츠로 만들어져 팬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음반과 음원, 뮤직비디오 등 음악 콘텐츠와 '팬서비스' 차원의 소통 콘텐츠를 병행해 선보였던 수준에서 더 정교한 유료화 메커니즘으로 진화한 것이다.
특히 기술력을 갖춘 대형 기획사들은 '유료 소통'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는 추세다.
SM은 팬 커뮤니티 리슨을 통해 아티스트와 팬 간의 일대일 채팅 '버블'을 서비스한다.
'버블'에선 팬이 가수에게서 개인 메시지를 받아볼 수 있고 팬이 가수에게 답장을 보낼 수 있다.
JYP, FNC, 젤리피쉬 등 다른 기획사도 버블에 합류했다. '유니버스' 역시 아이돌이 직접 작성한 메시지를 받는 '프라이빗 메시지'를 내놨다.
이런 콘텐츠는 팬과 아티스트 간 친밀감을 높이고 코로나19로 불가능한 대면 만남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환영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상품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 유니버스는 아이돌의 목소리를 본떠 개발한 AI(인공지능) 음성과 원하는 시간에 전화하는 '프라이빗 콜' 기능을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으나, 통화 모드에 이른바 '썸' 상황을 넣은 것과 부자연스러운 목소리 등에 팬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기계가 사람을 따라 하는 '아이돌 없는 아이돌 콘텐츠'가 기괴하고 불쾌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타를 사랑하는 건 가짜가 아닌 실존 인물에 대한 열망이 밑바탕에 있다며 "AI가 실제 인물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진품' 이미지의 훼손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잇따르자 엔씨소프트는 최근 프라이빗 콜에서 '썸'을 비롯해 일부 대화 상황을 없애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연합뉴스에 "이용자들 피드백을 계속 모니터링하며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만나기 어려운 전 세계 팬들을 위해 소통 콘텐츠를 만든 것은 기획사가 명민하게 대응한 것"이라면서도 "개발자들도 아이돌 문화에 대해 더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을 고리로 대형 기획사와 IT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새판짜기' 속에서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도 가속할 수 있다. K팝 산업이 콘텐츠 다각화에 몰두하면서 아이돌을 소재로 한 지나친 상품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확장성 높은 아이돌 산업…판 커지는 K팝
지난해부터 K팝 업계에는 대형 기획사들 간, 그리고 기획사와 IT기업 간 협업이 잇따르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으로 국내 최대 기획사로 성장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를 양수, 자사의 팬 플랫폼 위버스와 통합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고 블랙핑크를 보유한 YG엔터테인먼트와도 협력관계를 맺었다. 새로운 K팝 플랫폼 '유니버스'를 최근 출시한 엔씨소프트는 CJ ENM과 손을 잡고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 운영사를 함께 설립했다.
'비욘드 라이브' 사업에는 네이버의 투자도 이뤄졌다. 이처럼 K팝 산업의 '판'이 커지는 것은 팬덤 비즈니스의 확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팬데믹으로 공연 시장은 중단됐지만 대신 아이돌 IP(지식재산)를 활용한 각종 파생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음원과 온라인 공연을 넘어 아이돌 캐릭터와 아바타, 게임, 다큐멘터리 등 2·3차 콘텐츠가 활발히 제작되는 추세다.
지난해 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콘텐츠산업 2020년 결산과 2021년 전망' 세미나에서 FNC엔터테인먼트 유순호 부장은 "코로나19는 미래 K팝이 나아가야 할 콘텐츠와 기술의 진보를 앞당긴 역설적인 영향을 가져왔다"고 짚은 바 있다.
K팝은 현재 전세계 Z세대에게 주목받는 문화로, 소비층이 확장될 여지도 많다.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팬덤을 아우르기 때문에 시장 규모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크다"며 "지금 대기업들이 팬덤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과거 디지털 음원 시장에 들어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양한 K팝 콘텐츠를 글로벌 팬덤에 유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김 연구위원은 "엔터 업계와 IT업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라며 "예전에는 수익모델이 음원 시장 등으로 단순했지만 지금은 팬덤 시장이 워낙 커지고 기획사들도 자신들의 콘텐츠를 직접 유통하려다 보니 IT업계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대형 기획사와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업계 재편이 가속할수록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획사들은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변화하는 K팝 수익구조…소통 콘텐츠까지 유료화
이처럼 아이돌 IP의 확장성이 중요해지면서 K팝 업계 수익구조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아티스트의 '모든 것'이 유료 콘텐츠로 만들어져 팬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음반과 음원, 뮤직비디오 등 음악 콘텐츠와 '팬서비스' 차원의 소통 콘텐츠를 병행해 선보였던 수준에서 더 정교한 유료화 메커니즘으로 진화한 것이다.
특히 기술력을 갖춘 대형 기획사들은 '유료 소통'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는 추세다.
SM은 팬 커뮤니티 리슨을 통해 아티스트와 팬 간의 일대일 채팅 '버블'을 서비스한다.
'버블'에선 팬이 가수에게서 개인 메시지를 받아볼 수 있고 팬이 가수에게 답장을 보낼 수 있다.
JYP, FNC, 젤리피쉬 등 다른 기획사도 버블에 합류했다. '유니버스' 역시 아이돌이 직접 작성한 메시지를 받는 '프라이빗 메시지'를 내놨다.
이런 콘텐츠는 팬과 아티스트 간 친밀감을 높이고 코로나19로 불가능한 대면 만남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환영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상품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 유니버스는 아이돌의 목소리를 본떠 개발한 AI(인공지능) 음성과 원하는 시간에 전화하는 '프라이빗 콜' 기능을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으나, 통화 모드에 이른바 '썸' 상황을 넣은 것과 부자연스러운 목소리 등에 팬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기계가 사람을 따라 하는 '아이돌 없는 아이돌 콘텐츠'가 기괴하고 불쾌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타를 사랑하는 건 가짜가 아닌 실존 인물에 대한 열망이 밑바탕에 있다며 "AI가 실제 인물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진품' 이미지의 훼손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잇따르자 엔씨소프트는 최근 프라이빗 콜에서 '썸'을 비롯해 일부 대화 상황을 없애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연합뉴스에 "이용자들 피드백을 계속 모니터링하며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만나기 어려운 전 세계 팬들을 위해 소통 콘텐츠를 만든 것은 기획사가 명민하게 대응한 것"이라면서도 "개발자들도 아이돌 문화에 대해 더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