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의혹' 백운규 구속영장 기각…'靑 윗선 수사' 차질 [종합]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구속수사하려던 검찰의 시도가 9일 불발됐다. 백 전 장관의 신병 확보를 바탕으로 청와대 등 윗선 수사를 이어가려던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대전지방법원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열고 9일 새벽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한 이미 주요 참고인이 구속된 상태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라 피의자에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백 전 장관은 2018년 산업부 실무자가 월성 1호기를 2년 6개월간 한시적으로 가동하는 방안을 보고하자, 크게 질책하며 즉시 가동 중단 방안을 재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는 조기폐쇄를 의결했다.

백 전 장관은 또 2019년 12월 월성 원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앞두고 산업부 공무원들이 관련 자료 530개를 삭제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전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 지난 4일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백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앞서 ‘자료 은폐’ 혐의로 산업부 공무원들을 구속하는데에는 성공했지만, 사건의 본류 격인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선 핵심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검찰은 당초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수사를 바탕으로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비서관) 등 청와대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 했지만, 수사 속도에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지난 7일 검사장급 검찰 인사에서 유임됐다. 하지만 이번달로 예정된 차·부장급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수사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이 대거 교체될 경우, 수사 동력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을 비판하는 여권발(發) 목소리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월성 가동 중단은 대통령의 통치행위인데,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백 전 장관도 8일 영장실질심사 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였다. 법과 원칙에 근거해 적법 절차로 (원전 관련) 업무를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