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천장 뚫었다…美 부양책에 모든 자산 급등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가상화폐·부동산·원자재 동반 상승세 뚜렷
'부양책 효과'..작년 2.2조 푼 뒤에도 급등

"전례없는 거품..그래도 지금 꺼지진 않을 것"
최근 비트코인을 대량 구매했다고 공시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매장 모습. EPA연합뉴스
잠시 주춤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천장을 뚫었습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8일(현지시간) 개당 4만5000달러에 달했습니다.

작년 12월 처음 2만달러 벽을 넘어섰던 비트코인은 새해 들어 4만달러마저 돌파했다가 지난달 말 잠시 3만달러 밑으로 밀렸으나 다시 상승세에 불이 붙었습니다.이번 급등세의 배경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있었습니다.

머스크는 회사 차원에서 15억달러를 투입해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날 공시했습니다. 또 “가까운 미래에 비트코인을 전기차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 자산에 추가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피델리티 매스뮤추얼 페이팔 등 유명 투자·결제업체에 이어 제조업체인 테슬라까지 가상화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한 겁니다. 머스크는 최근 들어 가상화폐에 대해 호의적인 트윗을 쏟아내 왔습니다. 2013년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빌리 마커스가 만든 가상화폐 도지코인(dogecoin)을 연달아 소개했고, 도지코인 가격은 지난달 말 이후에만 열흘 남짓한 기간동안 10배 이상 폭등했지요.
머스크가 비트코인 시장을 자극한 것은 분명하지만, 가격 급등엔 더 큰 배경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미국의 새 정부 출범 및 이에 따른 대규모 부양책 시행입니다.미 정부는 작년 3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 직후 2조2000억달러의 부양책을 내놓았고, 이후 뉴욕증시가 호황세로 전환했습니다. 부동산 등 다른 자산 자격도 치솟았지요. 달러 가치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습니다. 자산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겁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하원은 지난주 예산결의안 가결을 통해 별도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도 1조9000억달러짜리 부양책 도입을 가능케 했습니다. 일종의 편법입니다만, 야당인 공화당 반대에도 다음달 중순 시행이 유력해 졌습니다. 일각에선 “미국 민주당의 추가 부양책이 이번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이동하기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2차 유동성 랠리’의 조짐은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대표적 원자재인 원유 가격도 급등세를 타고 있습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4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작년 1월 24일 이후 처음입니다.
1년여 만에 다시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오일프라이스닷컴 제공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연일 축포를 쏘고 있습니다. 다우와 S&P 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이날 나란히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과 가격 등 모든 측면에서 최고치 기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작년 12월 미국 내 기존주택의 중간 가격은 30만9800달러로, 1년 전보다 12.9% 급등했습니다. 거래량은 같은 기간 22% 늘었습니다.월가 일각에선 “당분간 자산 가격의 동반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전례없는 거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만 그 거품이 깨지는 시기가 돈이 풀리는 지금은 아닐 것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