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깃밥 1000원' 국룰 깨지나…고민에 빠진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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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상승에 즉석밥 가격 인상…음식점 부담도 커져 [이슈+]쌀값 상승으로 식품업체들이 즉석밥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음식점들도 공깃밥 가격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공깃밥 가격 인상' 고민글 잇따라
▽ CJ제일제당·오뚜기·동원F&B 등 즉석밥 가격 줄줄이 인상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쌀(20kg) 도매가격은 5만7180원으로 전년(4만7100원)대비 약 21% 뛰었다. 평년(4만1641원) 대비로는 약 37% 상승한 셈이다.이에 자영업자들은 공깃밥 가격을 1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양새다. 자영업자들이 모여 회원 65만명을 거느린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공깃밥 가격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리는 방안에 대한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자영업자는 "쌀값이 계속 올라 조만간 20kg에 6만원을 찍을 것 같다"며 "공깃밥 200g을 만드는데 쌀 100g 300원, 용기 100원을 포함해 최소 400원이 든다"고 계산했다. 이어 "공깃밥을 1000원에 팔면 배달 앱(운영프로그램), 카드 수수료 등 150원이 추가로 빠진다"며 "원가 400원짜리를 850원에 파는 셈"이라며 마진이 적어졌다고 토로했다.그는 "홀에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쌀값은 계속 오르고 배달 용기와 배달 앱 수수료 부담도 크다"며 "공깃밥 1000원 '국룰'(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관습이란 뜻의 은어)은 깨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주부터 공깃밥을 150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또 다른 자영업자도 "쌀값이 해마다 조금씩 올라 품질 대비 5만6000원 짜리 쌀을 사용하는 것이 마지노선이 됐다"며 "20년 전에도 공깃밥은 1000원이었는데 이제는 올려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쌀값에 세금,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1000원에 판매하는 것보다 오히려 메뉴에서 빼는 게 나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공깃밥 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입장이 대다수였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공깃밥 가격 인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에 "술값은 올려도 (괜찮지만) 공깃밥 가격을 올리는 것에는 거부감이 엄청나다", "자영업자도 힘들지만 손님도 힘드니 올리지 마라", "식당에서 공깃밥 가격을 올리면 엄청 야박하단 소리 들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그럼에도 일부 식당은 공깃밥 가격을 이미 1500원으로 올렸다. 이들은 가격 인상이 소비자에게 반발감으로 작용할 것을 고려해 '고봉밥' 등의 이름을 붙여 밥의 양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부는 '고객 요청 시 밥을 더 많이 담아 드리겠다'는 안내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식품업체들은 즉석밥 가격 인상을 이미 예고한 상태다. CJ제일제당은 오는 25일부로 '햇반' 가격을 6~7% 인상할 계획이다. 2019년 2월 이후 2년 만의 가격 인상이다. 오뚜기는 다음달 '오뚜기밥' 가격을 7~9%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해 9월 가격을 8% 올린 데 이어 약 5개월 만이다. 동원F&B는 지난달 '쎈쿡' 7종 가격을 1350원에서 1500원으로 11% 이미 올렸다.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원재료인 쌀값이 많이 올라 즉석밥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