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의 최후통첩 "노조 파업 계속되면 수출 물량 뺄 수도"

르노그룹 부회장, 부산공장 임직원에게 영상 메시지

"경쟁력 높이겠단 약속 믿고
XM3 유럽물량 배정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비판

르노 한국 철수설도 거론
르노삼성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자동차에 '최후 통첩'을 했다. 노동조합이 파업을 강행해 유럽용 XM3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 물량을 다른 공장에 배정할 수 있다는 경고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수출물량을 놓치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 르노그룹이 한국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9일 르노삼성 임직원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부산공장은 XM3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모조스 부회장은 르노그룹의 제조 및 공급 총괄 임원이며, 그룹 2인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르노는 부산공장의 약속을 믿고 XM3 유럽 물량을 배정했지만, 부산공장의 공장제조원가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에 달한다"며 "부산공장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모조스 부회장이 문제삼은 공장제조원가는 차량 1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직간접 인건비와 경비, 감가상각비 등을 더한 비용이다. 원료비와 재료비 등은 제외하고 계산한다. 르노삼성은 르노 그룹 내 부산공장의 생산경쟁력 순위가 2018년 1위에서 지난해 10위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비용 부문에서 나쁜 평가(19개 공장 중 17위)를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2015~2018년 경쟁력 1~2위를 놓치지 않았고,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물량(닛산 로그 수탁생산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수출물량을 안정적으로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조스 부회장은 "(운송비 등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해 유럽으로 전달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것은 르노삼성 임직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부산공장은 스페인 공장 수준의 제조원가로 XM3를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공장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