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징역 2년6개월…법정구속

사표 종용·표적감사 등 대부분 유죄…신미숙 징역 1년6개월 집유
법원 "기관임원 공모 공정한 심사 방해…지원자들에 박탈감 안겨"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9일 업무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혐의를 부인하며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도 다르게 진술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균형인사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게 모두 징역 5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하고, 이들 가운데 실제 사표를 낸 13명 가운데 12명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신 전 비서관이 공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이렇게 공석이 된 공공기관 임원 자리에 청와대와 환경부가 점찍은 인물들을 앉히고, 이 과정에서 환경부 공무원들을 동원해 이른바 '현장 지원'을 한 혐의도 유죄가 인정됐다.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인 환경부 실·국장급 공무원들은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지시로 공공기관 임원 선발 과정에서 이미 내정된 인사들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위원들은 이 같은 지원이 이뤄진 사실을 모른 채 지원자들을 평가했다.이 밖에도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청와대가 추천한 박모 씨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다른 서류 합격자 7명을 모두 면접에서 탈락하도록 유도한 혐의(업무방해)가 유죄로 인정됐다.

김 전 장관은 내정자 박씨가 환경공단 서류 심사에 탈락하자 그 책임을 물어 환경부 공무원을 좌천시킨 혐의(직권남용), 전 정권이 임명한 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 씨가 사표 제출 요구에 불응하자 '표적 감사'를 벌여 사표를 받아낸 혐의(강요)도 유죄로 인정됐다.

결과적으로 핵심 혐의를 둘러싼 사실관계와 혐의 상당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일부 환경부 공무원 관련 혐의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 법리적 이유로 무죄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유죄가 인정된 김 전 장관의 혐의들에 대해 "청와대 또는 환경부가 정한 내정자들을 공공기관 임원 직위에 임명하고 내정자들이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임됐다는 외관을 가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정한 심사 업무를 방해해 공공기관 임원 임명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해쳤을 뿐 아니라 공공기관 운영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 사건 각 임원 공모에 내정자들을 제외한 130여 명이 지원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지원자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끼쳤을 뿐 아니라 심한 박탈감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판결이 선고되자 "예상 못 한 판결"이라며 "사실관계나 법리 적용과 관련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항소심에 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