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도 안 해본 사람들이 방역지침 정하니 이 모양" [인터뷰+]

② - 코로나 공포에 떠는 체육 학원 업계

"정부는 몇 주 쉬면 그만큼만 피해 나온다 생각"
"체대 입시생들도 경쟁률 뚝…중도 포기자 속출"
"연말까지? 당장 다음달 걱정하는 것이 우리 업계"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 연맹 회원들이 지난달 8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 관련 모든 실내체육시설에 형평성 있는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운동도 안 해본 사람들이 방역지침 정하니까 이 모양인 것 같아요."
경기도 안양에서 유도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13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주 쉬고 한 달 쉰다고 딱 그만큼만 피해가 발생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1년을 맞이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살려달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제 완화가 되기는 했지만 실내체육업계는 특히 자신들에 대한 규제가 가혹하다며 연일 시위네 나서기도 했다.PC방과 헬스장, 당구장, 코인노래방, 식당 등은 직격탄을 맞았고 폐업하는 곳도 줄을 이었다. 예체능계 역시 마찬가지다. 각종 체육관들 역시 폐업 신고를 했다.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역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유도 입시 경쟁률이 떨어졌다. 하다가 중도 포기한 친구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24일 서울 양천구 목동문화체육센터에서 체육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연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몇 주 쉬면 그만큼만 피해 나온다 생각"

A씨는 코로나19와 함께한 1년, 누구나 그렇듯 수입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맞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80명 가까이 있었는데 지금은 절반 정도 줄었다. 수입적인 측면은 타격을 엄청나게 맞았다"며 "정부에서는 몇 주 쉰 것만 생각을 한다. 거기에 대한 손해만 발생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이어 "그렇게 쉬면 저희는 관비가 한 달, 두 달씩 밀린다. 받아야 할 돈이 밀리는 것"이라며 "신규 학생이 온다면 모르겠지만 그 역시 오지 않으니 수입이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은 수입이 완전히 제로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히려 한 번에 3단계까지 가서 셧다운을 시킨 다음 확 줄이기를 바랐다. 중간중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기간이 있었지 않은가"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나면 유도관 운영도 두 달 정도 회복되는 기간이 있는데 회복되려고 하면 문을 닫게 되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헬스장 내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A씨는 또 임대료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했다. A씨는 "월세가 너무 부담되니까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들도 많은데 아르바이트한다고 해서 월세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라며 "도장은 크게 임대료가 비싸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헬스장들은 또 임대료가 높은 곳들이 있어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그는 "정상적으로만 지내면 아무 문제 없이 지낼 수 있는 것이 저희 업계다"라며 "지원금 자체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당장 다음달 걱정하는 것이 우리 업계…연말까지 어쩌나"

정부의 방역 방침에 대해서는 "운동도 안 해본 사람이 방역지침을 정하니까 너무 어리석은 정책이 나온 것 아닌가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앞뒤가 안 맞고 설득력도 없지 않은가. 엄한 곳만 또 못하게 하고 있다"며 "진짜 많이 모이는 곳들은 다 모이지 않는가. 백화점이 대표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저희는 하루에 와봐야 몇십 명 오지도 않는데 규제를 하고 있다. 그렇게 규제를 하지 않아도 부모님들이 불안해서 보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어차피 저희는 2.5단계에 규제를 푼다고 해도 관원들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대한민국 기능성 피트니스 협회 회원들이 지난달 8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 관련 모든 실내체육시설에 형평성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진행된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과정에서도 정부가 체육인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체육인들 역시 여기에 동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잘 되던 체육관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 분들은 너무 많은 손해를 봤다"며 "나중에는 뭘 어떻게 해볼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도 포기하게 된다. 도장을 열게 해달라, 일하게 해달라고 하지만 과연 많이 나올까라는 생각도 결국 갖게 된다"고 전했다.

A씨는 또 "모두에게 조금씩 한두 푼 주는 것은 냉정하게 지원은 표심잡기라고만 생각을 하고 와닿는 것들도 크게 없다"며 "생계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어디서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장기화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현 상황과 관련해 업계를 떠나는 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장을 살려보겠다고 투잡을 뛰는 분도 많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들도 많지만 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20% 가까이 폐업을 했다고도 한다"고 전했다.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코로나19 국면에 대해서는 "저희는 월급쟁이도 아니고 늘 다음달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사람들"이라며 "이번 달 잘 되어도 다음달 잘 된다는 보장도 없고 연말을 걱정하자니 당장 다음달이 또 걱정이다. 저희는 벌써부터 잔뜩 무서워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서울 시내 한 킥복싱체육관 문이 닫혀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