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은 근로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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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지휘·감독 받았다면... 근로자로 봐야결론부터 말하면 '근로자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근로자라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돼 해고가 제한되고 퇴직금을 지급받기 때문에 당사자나 회사로서는 중요한 문제다. 지난해 12월 의정부지방법원은 "명칭이 임원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근로자라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판결 내용을 토대로 어떤 경우에 임원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이 사건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 법리도 살펴본다.한 회사의 전무이사인 이모씨는 1985년 입사했다. 2010년 상무이사로 승진하고 2014년 전무이사로 승진한 이씨는 2011년 5월까지의 퇴직금을 지급받았다. 이사회에서 ‘임원 연봉제를 시행하고 이후 임원에 퇴직금은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임원 연봉제 시행 세부사항을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2017년 4월 퇴직한 이씨는 이미 퇴직금을 지급받은 2011년 5월 이후부터 퇴사 시점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회사는 근로자가 아닌 임원이므로 고용관계가 아닌 위임관계라며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대법원, "독자적인 업무 처리 권한과 책임 없다면 근로자"
상법상 등기 임원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아냐
법원은 임원이라고 해도 ▲대표이사의 지휘·감독 아래 ▲노무의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실제로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라며 이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표이사가 지정하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근무 기간 동안 출근부에 서명하거나 휴가 사용 시에는 휴가 계획서를 작성한 점 등이 판결문에 제시됐다. 이씨가 현장 소장으로 일하면서 업무일지에 결재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이미 정해진 업무의 구체적인 수행방안에 관한 것이고 어떠한 경영상의 판단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판결의 근거로 나와 있다.
의정부지법은 본사 경영진이 현장에 보낸 사람들과 일했을 뿐 이씨가 이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일부 직원은 현장에서 채용하기도 했지만, 본사의 지시를 받았던 사실도 제시했다. 결국 이씨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라는 얘기다. 이 판결문에는 2017년 11월 9일 나온 대법원 판례가 인용됐다. 임원이 근로자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할 때 주로 인용되는 판결이다. 종업원 600여 명 규모의 대규모 보험회사에서 미등기 임원인 ‘방카슈랑스 및 직접마케팅’ 부문을 총괄하는 업무 책임자(Function Head)‘의 업무를 담당하던 한 임원이 낸 해고무효 확인 및 임금청구 소송이다.
등기임원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없는 한' 근로자 아냐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근로자로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근로자가 아니라며 사건을 원심을 파기했다.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정해진 노무를 제공하기보다 ▲기능적으로 분리된 특정 전문 부분에 대한 업무 전체를 포괄적으로 위임했고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지위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등기임원의 경우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상법상 주식회사 이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되고 등기된다. 이때 주식회사 이사는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 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으므로 담당 업무의 실질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근로자가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연말 연초 임원 인사 시즌을 앞두고 주목받는 판결이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