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한화 'RE100' 실천…"100% 친환경 전기로 공장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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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서 재생에너지 구매SK LG 한화 등 국내 대기업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생산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SK그룹이 ‘선언적 의미’로 2050년 이전에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RE100’ 참여를 선언했으나, 실제 사례는 없었다.
LG화학, 120GWh 확보
여수 특수수지 공장 등서 사용
SKIET, 증평·청주 공장에 공급
한화큐셀, 2050년까지 전환 추진
재생에너지, 일반 전기보다 비싸
다른 기업들, RE100 참여 망설여
하지만 한국전력이 올 들어 재생에너지 전용 전기요금제(녹색 프리미엄)를 내놓으면서 RE100 실행이 가능해졌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자신들의 공급망 내 기업에 RE100 참여를 독려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실행 사례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LG화학, 120GW 규모 재생에너지 확보
LG화학 SK아이이테크놀로지 한화큐셀 등은 9일 생산 공정 일부를 재생에너지만으로 가동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한전이 지난달 입찰한 ‘녹색 프리미엄’에 이들 기업이 참여해 일부 물량을 낙찰받은 데 따른 것이다. 녹색 프리미엄은 한전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한 기업에 발급하는 ‘확인서’로 이를 발급받으면 RE100 인증이 가능하다.LG화학은 이번 입찰에서 120GWh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했다. 2만8000여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라텍스 장갑 원료를 생산하는 전남 여수 특수수지 공장, 경기 오산 테크센터를 재생에너지 전력만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충북 청주 양극재 공장도 전기 사용량의 3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모든 사업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전략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녹색 프리미엄으로 확보한 전기를 통해 충북 증평과 청주에 있는 국내 공장을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녹색 프리미엄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전력구매계약’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 창저우, 폴란드 실롱스크에 있는 해외 사업장에서도 친환경 전기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재석 사장은 “환경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도 친환경을 실천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한화큐셀은 녹색 프리미엄 구매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며 RE100 달성에 나섰다. 충북 진천 공장 유휴부지와 주차장, 옥상 등을 활용해 1500㎾h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가동 중이다. 향후 공장 건물 옥상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2㎿h의 재생에너지를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비싼 가격 탓에 주저하는 기업들도
글로벌 주요 기업은 자신들에 부품, 소재 등을 공급하려면 재생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대만 TSMC는 애플의 요구에 따라 작년 7월 RE100 참여를 선포했다.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공개하기도 했다.이번 녹색 프리미엄 구매사들도 글로벌 기업과 거래가 잦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생산한 배터리 소재는 글로벌 전기차 기업에 들어간다. LG화학 제품 역시 자동차, 가전 제품 등에 널리 쓰인다. 한화큐셀은 스스로 재생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태양광 패널과 전력망 등을 공급 중이다.다만 재생에너지 가격이 일반 전기에 비해 비싸 망설이는 기업이 많다. 한전이 이번에 입찰한 녹색 프리미엄은 ㎾h당 평균 낙찰가가 14.6원이었다. 기업들은 일반 산업용 전기의 평균 판매단가(약 107원)에 비해 13%가량 비싼 가격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번 입찰에서 기업들은 전체 물량(1만7827GWh)의 약 7%인 1252GWh만 구매했다.
한전 관계자는 “녹색 프리미엄을 처음 도입하다보니 기업들의 참여가 예상보다 저조했다”며 “앞으로 참여 기업이 계속 늘 것으로 예상돼 올 하반기 추가 입찰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RE1002050년 이전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이다. 2014년 비영리단체인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처음 제시했다. RE100 가입 기업은 작년 말 기준 애플 구글 등 240여 곳에 이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