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짜리 정치공항" vs "부산신항과 시너지"

국회, 가덕도신공항 공청회

"바다 매립 비용 급증할 수도
지반 침하·태풍·해일 피해 우려"

"인천공항도 똑같은 논란 있었다
완공땐 글로벌 물류기업 몰려와"

"지방 SOC 죄다 특별법 추진될 것"
법안심의 들어가면 진통 커질듯
< 부산 내려간 김태년 >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와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들이 9일 부산에서 열린 ‘원내대표단·부산시당 연석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10조원 이상의 혈세가 들어갈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제정안에 대한 공청회가 9일 국회에서 열렸다. 신공항의 경제성, 안전성 등 중 핵심 쟁점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도 “법안이 졸속처리되면 비슷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법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선거를 앞둔 여야 지도부는 이달 법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법안 심의에 들어가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나

이날 공청회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찬성·반대하는 전문가들과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장 첨예하게 엇갈린 쟁점은 신공항의 경제성 여부였다. 김상환 호서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는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은 가덕도신공항을 건설하는 과정에 바다를 대규모로 매립해야 하고 주변 수심도 깊어 해양 매립 비용 등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며 “특히 예기치 못한 안전 등의 문제로 공사가 장기화될 경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도 “사전 경제성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법률로 먼저 입지를 정하거나 24시간 운영 등 경영 전략을 법률로 정하는 것은 성급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신공항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가덕도신공항과 부산 신항의 시너지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율성 한국해양대 글로벌물류대학원장은 “미국의 휴렛팩커드(HP)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의 선진 물류 시스템 때문에 싱가포르에 첨단 컴퓨터 조립공장을 세웠다”며 “아마존, 페덱스 등 글로벌 첨단 물류 기업을 유치하려면 항만시설을 갖춘 곳에 신공항이 함께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5년 전 영종도에 인천국제공항을 추진할 당시에도 해양 매립에 따른 건설 비용 등 같은 문제가 불거졌다”며 “당시 사업을 접었다면 지금의 인천국제공항은 없었다”고 했다.

안전성, 전문가들도 찬반 엇갈려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김상환 교수는 “가덕도신공항처럼 바다를 매립해 만든 일본 오사카만의 간사이국제공항도 최고의 혁신 기술을 도입했지만 태풍, 해일 등 자연재해로 인한 각종 문제가 잇따랐다”며 “자연을 다루는 학문과 기술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가급적 안전한 방안을 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50년 동안 지반이 3㎝ 침하할 것’이라는 부산시 측 연구 용역 결과에 대해서도 “그보다 훨씬 많이 침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정헌영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간사이공항이 충적층 등 점성이 있는 지반을 기반으로 건설된 것과 달리 가덕도 해저는 단단한 암반 지반이 토대”라며 “간사이공항과 부산신공항은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태풍과 해일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도 “부지 높이를 40m 이상으로 하면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수십m 깊이의 바다를 매립한 뒤 빌딩 10층 높이의 활주로를 건설하는 방안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고 반박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용 공항?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의 절차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판 의견이 대체로 많았다. 유정훈 교수는 “대규모 교통시설은 다른 시설과 달리 한번 건설하면 용도를 변경하기 어려운 만큼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들로부터 입지 선정 자체를 재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하지만 류재영 연구그룹미래세상 대표는 “공항 건설을 위한 토지 수용 및 준공에 걸리는 시간만 최소 96개월(8년)”이라며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 일정에 맞춰 공항을 운영하려면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국토위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미국 휴스턴, 캐나다 토론토 등 쟁쟁한 글로벌 도시들이 부산시와 경쟁하고 직전인 2025년 (엑스포) 개최 지역이 일본 오사카”라며 “자칫 박람회 홍보를 위해 공항을 짓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새만금국제공항에 이어 가덕도신공항도 법률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으려 한다”며 “앞으로 지방의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들은 죄다 특별법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