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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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과감한 성과급 기준 투명화 요구]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쟁이 일단락됐다.
SK하이닉스 2월초 나흘간의 성과급 논쟁 일파만파
"투명한 기준 공개 요구"...삼성,LG 등 대기업 번져
"성과급은 경영진 몫...지급기준보다 소통투명성 필요"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 4일 초과이익성과급(PS)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바꾸고 기본급 200% 추가지급에 맞먹는 우리사주를 임직원들에게 제공키로 합의했다. 여기에 300만 사내 복지포인트도 지급키로 했다. SK하이닉스에서 촉발된 논쟁은 다른 기업으로 퍼져 "우리회사는 이익도 많이 남겼는데 왜 더 적게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불만으로 번졌다. ◆' 성과급 논쟁' 불지핀 SK하이닉스
성과급 논쟁의 촉발점은 MZ세대와의 소통문제에서 비롯됐다.
올해 1월 28일 SK하이닉스 사측은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400%를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는 연봉의 20%수준으로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DS직원 성과급(연봉의 47%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SK하이닉스 입사 4년차 직원은 2만 8000여명에게 사내게시판과 이메일 등을 통해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직원은 "대학시절 캠퍼스 리크루팅때 '삼성전자와 비슷한 규모의 성과급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 30억원 전액을 반납해 임직원과 나누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은 "최 회장의 연봉을 나누면 1인당 10만원밖에 안된다. 성과급 산정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회사를 압박했다.
이에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향후 경영 방향은 공정성과 투명함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성과급 내용을 미리 공지하고 필요하면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4일 SK하이닉스 노사는 성과급을 영업이익과 연동하고 추가성과급 지급 그리고 성과급 산정 방식을 투명하게 하기로 약속하고 갈등을 봉합했다. X세대(1965~1976년 출생)들에게 성과급은 '회사가 주는 대로 받는 것'으로 인식돼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했지만, 이번 '성과급 논쟁'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들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삼성,LG로 번진 성과급 논란
성과급 논란은 다른 기업으로 번졌다. 지난해 12월 LG화학에서 분사된 배터리 전문기업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사측의 '평균 기본급의 24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에 불만을 터뜨렸다. 이 회사 직원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오히려 모회사(LG화학 석유화학부문 기본급 400%, 생명과학부문 기본급의 300%)보다 적다"고 호소했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문별로 성과급이 다르다. 반도체 부문은 올해 연봉의 47%를 지급하는데,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VD)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IM부문은 연봉의 50%를 받게 된다. 이에 반도체부문 직원들은 "영업이익의 절반이상을 반도체가 벌었는데 성과급이 오히려 적다"고 털어놨다. SK텔레콤도 지난 3일 성과급을 현금과 자사주 중 하나를 택하는 방식으로 지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노조는 성과급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급 방식의 전면 개편을 요구했다. 이에 SK텔레콤은 설이후 15일부터 성과급개선 TF를 구성키로 했다. 개선된 성과급 지급기준은 2022년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성과급 논란에 대해 HR전문가들은 '성과급은 경영성과에 따른 별도의 임금으로 그 시기와 비율은 경영진이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견해가 다수다. 홍석환 HR전략 대표는 "성과급은 경영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기 때문에 지급 기준의 투명성 보다는 회사 경영 현황 설명회 등을 통한 소통의 투명성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성과급 문화가 글로벌기업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태희 리박스컨설팅 대표는 "넷플릭스는 직원 개개인의 상시평가 보상제도를 가지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회사의 성과가 아닌 개인의 전문성과 성취로 성과급이 지급되는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