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성공 전략] 이케아의 장애인 가구 개선 프로젝트, ThisAbles

글 권영국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8cm의 배려 소파 다리에 장착해서 일어날 때 힘이 덜 들 수 있도록 배려한 부속품.


‘배려(配慮)’는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거나 보살펴준 다는 의미가 있다. 2021년이 시작됐다. 그 어느 때보 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변화로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법

장애가 없는 사람은 못 느끼지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게는 작은 공간 속에서도 수많은 장애물과 마주한다. 장애인들은 집안에서조차 다른 이들에게는 사소하게 여겨질 수 있는 다양한 생활 속 불편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와 공감대가 더욱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배려와 공감대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스웨덴 가구 기업 이케아는 이미 잘 알려진 기업이지만 이 기업에서 선보인 장애인 가구 개선 프로젝트 ‘디스에이블(ThisAbles)’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 통해 심플하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실감했다.
생활 맞춤형 부속품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의료용 지팡이가 필요한 이들에게 큰 편리함을 주는 지팡이 걸이대 부속품이다.


이케아가 선보인 추가 구성품이란 무엇이었을까?

전 세계적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심플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서 장애인을 위한 추가 구성품(Add-On)을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케아가 이스라엘의 비영리단체 밀벳, 액세스 이스라엘과 협업하고 광고대행사 맥켄 텔아비브가 함께 진행했다.
가구는 사용자에 따라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뇌성마비와 같은 장애가 있는 사람은 소파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 프로젝트는 이런 어려움을 아주 심플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구성돼 있다.
쿠션을 쉽게 들 수 있도록 손과 팔 등을 잘 움직일 수 없는 이들에게는 쿠션의 지퍼를 여는 일도 쉽지 않다. 사진 속 고리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부속품으로, 손을 넣어 걸 수 있는 큼직한 고리를 쿠션에 달 수 있다.


3D프린터로 제작된 13개의 부속품으로 가구 기능을 극대화

이처럼 이케아는 옷장을 여는 어려움에서부터 소파에서 일어나는 것까지, 각 가구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 품목을 전체적으로 기획단계부터 살폈다. 내용은 간단하면서도 도전적이었다.어떻게 하면 특별한 요구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일상을 만들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이케아에 더 쉽게 접근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이케아는 많은 장애인이 가구에 대한 자신들의 바람을 완벽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반 가구보다 더 비싸고 부피가 크고 불쾌하며 의료화된 설계 가구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긴밀한 피드백을 통해 알게 됐다.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제품 엔지니어, 접근성 전문가, 심리학자들, 이케아 디자이너 및 소비자(장애인)들은 이케아의 가장 상징적인 가구로 쉽게 조립할 수 있는 다양한 추가 부품들을 만들어냄으로써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세스는 매우 직관적으로 만들어졌다.

일반적인 소파는 일어설 때 일반인에게 그다지 불편함은 없지만, 장애인의 경우 소파에서 일어날 때 꽤 많은 힘이 필요하다. 그럴 때 디스에이블의 3D 프린터로 간단하게 부속품을 제작해 소파 다리에 장착하면 소파 다리가 길어져서 일어날 때 힘을 덜 필요로 하니 편리해진다.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아도 디스에이블의 부속품을 간단히 설치하는 것만으로 선반의 문을 팔 전체를 이용해 열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램프에 큰 스위치를 추가해 쉽게 켜고 끌 수 있도록 했다.

가방이나 퀼트 커버에 부착할 수 있는 친절한 지퍼, 미끄러운 샤워 커튼을 제거하는 그리퍼, 지팡이와 같은 품목을 사용자의 침대 옆에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홀더와 침대용 스냅 컵 홀더, 유리문에 부착할 수 있고 높이 조절이 가능한 휠체어 가드 범퍼 등 디스에이블은 13개 이상의 부속품으로 상품화됐다.
손잡이 없는 문도 안전하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케아의 제품이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을 줄 수도 있다. 문에 설치할 수 있는 이 부속품은 이러한 점을 보완한다.


베스트셀러 아이템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디스에이블은 하나의 영상으로 시작된다. 영상에는 소파에 앉아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32세 남성 엘다가 등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32세인 엘다입니다. 뇌성마비가 있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합니다. 하지만 내 집의 모든 곳에서 ‘절름발이’처럼 가구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일어나거나, 옷장을 열거나, 램프를 켤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소파에 앉아서 대부분 생활합니다.”

이 대화에서 엘다는 소파에서 서서 벽장을 열고 작은 버튼으로 램프를 켜는 데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내레이터는 “이케아 매장에서 제품 엔지니어와 장애인의 요구사항을 더 잘 이해하는 소비자(장애인)와 함께 진행했다”며 “개발 과정을 통해 13개의 신제품이 탄생했으며, 각 제품은 쉽게 서 있을 수 있는 소파 높이기 다리, 램프 확대 버튼, 옷장용 특수 손잡이 등으로 다양하게 장애인의 가구 접근성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새로운 제품들은 이케아 매장의 이른바 ‘접근 가능한 생활공간’ 섹션에 마련됐다. 더불어 새로운 접근 방식의 제품들은 프로젝트 웹사이트(www.thisables.com)에서 제품 각각의 3D 오픈소스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3D 프린팅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이스라엘의 이케아 매장에서만 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 127개국까지 확산돼 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영상에 등장했던 뇌성 마비 장애인 엘다는 맥켄 텔아비브의 카피라이터이기도 하며 디스에이블 라인업을 구상하는 데 참여한 실제 소비자(장애인)라는 것이다. 그러한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직접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당사자의 목소리로 담다 보니 이 프로젝트로 칸 국제광고 제의 ‘헬스 앤드 웰니스’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코블렌츠 이케아 이스라엘 최고경영자(CEO)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이케아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일상이 우리를 통해 개선되었으면 한다. 마찬가지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우리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하기를 바란다.”
툭 치면 불이 켜진다 버튼을 누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스탠드에 크고 부드러운 소재의 부속품을 설치하여 쉽게 스탠드의 불을 켤 수 있도록 했다.


실질적 수익과 긍정적 이미지 모두 챙기는 기업 캠페인의 확장성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이케아의 혁신은 이케아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기업과 브랜드가 가져야 할 배려와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127개국에서 총 4만5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케아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추가 부품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았다.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한 파트너의 웹사이트인 NGO 단체의 웹사이트 방문율도 1500%의 트래픽 증가를 가져왔다. 이케아 웹사이트의 방문은 28.5%의 트래픽 증가세를 보였으며, 이전 캠페인보다 장애를 가진 고객들이 28만 명이나 더 많이 방문했다. 이케아의 매장용 설치 공간 및 경험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으로 디스에이블은 장애인을 위한 가장 큰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이 캠페인은 영국의 인디펜던트,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패스트 컴퍼니, CNN, 더 버지 등에서 주요 주제로 다루어지기까지 했다. 이후로 이케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확장성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지역사회를 도왔다. 이렇게 진행된 캠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4억8900만 명에게 전달됐고 400만 달러의 미디어 가치를 창출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케아의 수익이 33% 증가하는 동안 3D 프린터로 프린팅 한 ‘add-ones’에 의해 지원되는 장애인들을 위한 제품의 판매량 역시 37% 증가했기 때문에, 이것이 사업적으로도 성공적이었음이 입증된 것이다.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과 브랜드 입장에서는 투자의 가치가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나 수치적인 것으로 프로젝트를 평가한다는 건 표면적으로만 프로젝트의 가치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과연 얼마나 기업에 도움이 되는지는 수치만으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브랜드 마케팅의 입장에서 볼 때, 결국 기업에게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체와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수불가결하다. 소비자와의 대화에서 얼마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실질적인 수익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캠페인이 가지고 있는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이다. 도전적이고 과감하거나 아니면 조금씩 적립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이미지가 쌓이는 것이다. 나아가 그렇게 쌓아올린 브랜드의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와 오랫동안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번 캠페인의 이야기가 매우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페인이 다루고 있는 문제는 중요한 사회 문제이기도 했고,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모든 사람을 위한 포용성과 접근성에 대한 논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배려하며 노력하는 캠페인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기에 이 캠페인은 확실히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Disable’이 ‘This Able’이 되는 세상을 꿈꾸며.
아래에서도 윗 책장을 볼 수 있는 방법 책장에 꽂힌 물건을 일어서서 볼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책장에 거울을 설치할 수 있는 부속품이다.
<저자 소개>

권영국 제일기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01년 아트디렉터로 광고계에 입문한 20년 차 광고인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코웨이, 정관장, 쎌바이오텍을 비롯해 국내외 유수 기업의 영상, 인쇄, 디지털 등 다양한 광고 마케팅을 수행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