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식'과 '비트코인'의 네 가지 공통점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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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공동체'가 된 TSLA·BTC
테슬라가 비트코인 사는 데 쓴 돈은 회사에 쌓인 현금성 자산(190억 달러)의 7.8% 규모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외 비트코인 시세는 20% 넘게 뛰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 옹호론자이기도 하다.블룸버그통신은 "전기차를 키워 자동차 시장에 큰 균열을 가져온 테슬라의 이미지와 들어맞는 투자"라고 했다. 둘이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테슬라와 비트코인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면, 실제로 공통점이 많다. 외신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그들의 '운명의 데스티니'를 정리했다.
① 대박 수익률
테슬라와 비트코인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가장 짭짤한 수익률을 안겨준 투자처였다. 아래 그래프는 최근 5년 간 두 자산의 시가총액이다. 위쪽이 테슬라, 아래쪽이 비트코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유동성 랠리'를 타고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일부러 발을 맞춰 걷듯 비슷하게 움직이더라"는 게 외신의 설명이다.② 거품 논란
③ 열성적 팬덤
포브스는 두 자산의 가격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이유를 "투자자가 비슷하다"는 데서 찾았다. 단순한 '기술 덕후'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한다는 '스토리'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NPR은 "비트코인과 테슬라는 기술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를 표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비트코인 팬덤이 테슬라로 옮겨갈 것"이라고 분석했다.기관이 아닌 개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비슷하다. 세계 증권시장의 80%를 기관투자가가 차지하고 있지만 테슬라는 개인 주주가 절반쯤 된다. 비트코인도 최근 기관의 매수세가 활발해지긴 했지만,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믿는 개미들이 여전히 시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특히 "시세에 관계 없이 끝까지 쥐고 버티겠다"는 이른바 '호들러'(HODLer·Hold on for dear life)가 많다는 분석이다. 점잖게 번역하면 '장기투자자', 시쳇말로는 '존버족'이다.
④ 험난한 미래
이제 테슬라와 비트코인은 '네가 잘 돼야 나도 잘 되는' 관계다. 다만 동반 질주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이번 결정으로 각국 금융당국과 갈등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이 현금을 대신해 비트코인을 밀어준다면 미국 달러, 중국 위안화 등의 영향력을 위협할 수 있어서다. 암호화폐의 '악명 높은 변동성'을 감안하면 테슬라의 선택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JP모간에 따르면 기업들이 통상 활용하는 은행예금, 머니마켓펀드, 단기채권 등의 연평균 변동폭은 1% 미만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하루평균 변동폭이 5.2%, 연평균은 80%에 이른다. JP모건은 "기업 자산에서 1%만 비트코인에 할당해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8%로 급등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회계제도상 비트코인 가격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팔지 않는 한 회계상 이익으로 잡을 수 없다. 반면 매입 당시 가격보다 비트코인 값이 떨어진다면 장부상 손실로 기록된다.
비트코인은 페이팔, 스퀘어, 골드만삭스, 피델리티 등에 이어 테슬라까지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름값이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훗날 대기업과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처분하기라도 한다면 타격도 그만큼 클 수 있다. 민간이 만든 암호화폐에 대응해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연구·개발에 착수한 점도 변수다. 실물이 없는 결제수단인 CBDC가 상용화되면 비트코인도 덩달아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비트코인은 설자리를 잃고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근본적 차이는…
이런저런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다. 테슬라는 머스크라는 '스타 CEO'에 기업가치와 인기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는 기존 화폐에 대한 반발에서 탄생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테슬라가 철저한 중앙집권적 체제로 돌아가는 반면 비트코인은 탈중앙 체제가 곧 생명이라는 얘기다. 어찌 됐든 이런 둘이 '경제적 공동체'에 가까워졌다. 당분간 나스닥과 암호화폐 시장에서 흥미진진한 뉴스가 이어질 것이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